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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여행 사는게 여행이었으면 좋겠어. 들어보기도 하고 내뱉어보기도 한 말. 응. 나름 사는게 여행처럼 살고 있어. 어쨋든 내게 익숙한 공간에서 살지는 않으니까. 이런 자가당착. 사는게 여행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익숙한 공간에 살지 않는 것을 사는게 여행인 근거로 삼고 있다. 익숙하게 살던 공간은 여전히 백스테이지가 된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사는게 여행처럼 살고있어. 여행을 아주 자주 다니고 가까운데도 종종 놀러다니거든. 아니아니 그 여행은 여전히 이벤트이다. 내 사진 폴더를 열어보았다. 나는 사는게 여행이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여행은 아니었다는 것에 결론이 내려진다. 그렇다고 딱히 유목도 아니다. 사진 폴더에서 내가 살던 동네에서의 피사체와 내가 놀러간 동네에서의 피사체는 상당히 다른 패턴과 주제를 갖고 있다는 것.. 더보기
시골과 문화. 자본의 흐름. Darcy 님께서 서울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당진에 계시면서 시골의 문화적 빈곤을 푸념하셨기에.. ㅎㅎ 그냥 몇자 끄적여본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내가 이야기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한국에서 말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군에 들어간 이후에야 서울을 아주 살짝 벗어나 경기도에서 살았지만, 학교도 직장도 다 서울에서 다녔던 내게 "한국에서 지방살기" 가 정녕 무엇인지 안다고 얘기하면 "ㅉㅉ 서울쉑히" 라는 말을 들어먹기 딱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미국 생활은 철저하게 시골의 삶이었고, 뉴욕과 같은 도시와 시골의 문화적 격차는 한국과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보니 꽤나 경험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싶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격차가 다른 차원이라고 한.. 더보기
학생과 입장료 시카고는 어쩌면 그 도시의 규모나 갖고 있는 컨텐츠에 비해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도시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도 지리적인 이유때문이리라 싶다. 동부와 서부는 나름 여러 도시들이 들러붙어 있어서 유럽여행하듯 둘러보듯 다닐 수 있지만, 시카고는 홀로 중부북 위쪽에 박혀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슬라이드 사진첩 만들듯 섭렵하는 한국식 여행에 걸맞는 곳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에는 한달 정도는 충분히 놀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고, 참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 중 최고라 꼽히는 곳이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이다. 이 미술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홈페이지를 가봐도, 위키피디아를 가봐도, 곳곳의 블로거들의 흔적을 살펴봐도 다 나오니 나까지 데이터 낭비를 하지.. 더보기
문화의 자리. 호미 바바 (Homi BhaBha) 라는 문화학자의 문화의 위치 (The Location of Culture) 라는 책이 있다. 사실 한글로 읽어본 적은 없는데, Location 이라는 말이 위치로 해석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쩌면 이 책에서의 location 은 "자리" 쪽이 더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화가 놓여있는 자리, 그 장 (場)의 사람들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치는 웬지 좌표스럽다. 텍스트 자체가 상당히 난해한 책이므로, 단순화 시켜서 설명하는 극악무도한 블로그적 행위를 하지는 않으련다. 다만, 가장 중요하게 이해해야 할 축 하나 정도는 소개를 해야만 나의 글이 진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의 맥락적 배경이 식민과 탈식민 과정의 문화 형성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 속.. 더보기
여행과 체력 오랜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달에도 오클라호마에 일주일간 다녀왔으나, 한참을 살던 곳에 찾아가는, 그것도 매일 같이 서너건의 미팅이 잡혀있는 일정을 여행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너무 관대하다. 아직도 여행이 남겨놓은 입술의 하얀 구멍과 사포로 비벼 놓은 듯한 목구멍의 따끔함이 전혀 가시지 않은, 고작 여행에서 돌아온 두번째 날인 이상 무언가를 정리해 남기는 것은 무의미 하다. (여행의 기록이 바로 정리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없는 편이다. 지금 당장의 정리와 나중에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간극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에 대한 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메트로폴리탄 옥상 정원에서 본 뉴욕. 카메라에 잡티가 생겼다. 내 힘으론 닦이지 않는다. 다만 체력에 대한 충격을 기술할까한다. 방랑벽, 역마살, .. 더보기
비인에 관한 잡설. 오랜만의, 너무도 오랜만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아이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는게 주 목적이었던 터라 오랜 사람들도 많이 만나지 못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지 못했다. (Darcy 님께 죄송죄송을 외치며..) 이제 돌아와서 몇가지 중요한 일을 시작함과 동시에 마무리해야 한다.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작업과 함께 학생의 꼬리표를 떼는 기념으로 글자들이 모여진 생산물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에 들뜨는 만큼 아득하리만치 복잡해진다. 물론 뭐니뭐니해도 자라나는 새싹에 물이라도 담뿍 줄 수 있을 자본이 필요한 터라 머리가 더 복잡하기도 하다. 그런 머리를 식혀볼겸 이곳의 제목에 대한 정돈을 시도한다. Be-in. 이건 이 블로그를 시작함과 함께 처음 사용한 제목? 필명? 이다. 영어에서 Sit-in 이라는.. 더보기
공론장. Context. 만져짐. 동네 가게들을 탐험하고자 하는데 있어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첫째는 대안 소비 혹은 이념 소비의 가능성, 둘째는 다양성 확보의 방법, 그리고 셋째는 공론장 형성의 가능성이다. 이 세가지 모두 매우 이론적이며, 철학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실용적인 측면에서 접근되고 있다. 동네가게에서 공론장을 떠올리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스럽게 하버마스의 18세기 서유럽에서의 공론장 형성에 관한 논의에서 근거할 것이다. 영국에서의 커피하우스에 모여들던 부르조아 지식인들, 그리고 프랑스의 살롱에서 술을 나누던 계몽주의의 산물들. 이들이 형성한 부르주아 공론장은, 이후에 후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오며, 더욱 공고해진 자본주의의 성채를 망연자실 바라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지식인들에게 꽤나 로망처럼 받아들여지는 대안적 상황인 .. 더보기
공짜는 머리가 벗겨지게 추워도 좋다. Lincoln Park. 시카고로 이주하기로 결정했을때 제일 먼저 머리속에 들어온 긍정적인 점은 바로 Lincoln Park 의 존재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 마천루, 복잡한 도로, 지하철.. 때로는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숨막히게 하는 대도시의 이미지에 지속적인 장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 공원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철저한 계획도시인 시카고의 장점은 아마도 수많은 공원과 자연숲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Lincoln Park 은 시카고가 접하고 있는 미시간 호수를 따라 길게 (길게 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정말 길~~~게) 뻗쳐있는 호변공원으로, 그 안에 넓게 펼쳐진 공간과 더불어 요트 선착장, 골프장, 테니스장, 양궁장, 그리고 여름이면 호변에서 수영을 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