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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의 조건: 인접성 가까운 대중 교통, 대중 교통에서 가까운 목적지 ‘인접성’ 은 우리가 도시에서 더 많이 걸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이된다. 사실 긴 말이 필요없다. 걷는 것이 운동에 도움이 된다며 일부러 먼 거리를 걷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위 ‘거리가 웬만 해야지 걷는다’는 것이다. 큼직큼직 나눠져있는 아파트 단지 사이로 걷는 것이, 띄엄띄엄 떨어진 교외주택단지 밖으로 걷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그 인접성 때문이다. 인접성을 이야기할때 자가 소유 차량으로의 이동은 배제한다. 아무리 차량 소유가 일반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자가 소유 차량으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대중교통의 접근성은 인접성의 기본 조건이 된다. 그 다음으로는 각종 시설물과 생활공간의 인접성이다. 대중교통을 아.. 더보기
삶의 맥락을 이해하는 '걸음'의 조건 맥락을 모르면 소통이 안된다. ‘가가 가가가?’ 라는 경상도식 표현이나, ‘거시기가 거시기여’라는 전라도식 표현이 일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은 화자와 청자간에 공유하는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집단과 오랜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이 맥락을 몸으로 익힌다.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복잡한 걸음의 이동 경로는 그 공간의 맥락이 된다. 학생들의 이동경로, 직장인의 이동경로, 주말의 이동경로 등등은 기록되지 못할 만큼 촘촘한 그물망이 되어 특정 공간의 깊은 맥락이 된다. 일상의 걸음에 대한 이해는 이 오묘한 "맥락"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맥락은 언어로 치면 문법, 그 이상의 의미를 결정짓는 공유된 경험과 감정이다. 인터넷과 함께 나날이 등장하는 신조어들을 어려워 하는 윗세대들은 언어의.. 더보기
걷기: 도시와 소통하기 일찍이 20세기의 전반기에 루이스 멈퍼드가 도시의 거리는 삶의 드라마가 연출되는 무대라고 정의했듯, 100 층에서 바라본 도시의 저 아래 길위의 하나하나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고 있는 드라마이지, 밝은 조명과 잘 꾸면진 세트장으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니다. 도시 골목 사이사이를 걷는 행위는, 미셀 드 세르토가 얘기하듯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의 내용을 만드는 드라마의 제작 과정이다. 여기에서 우리 보행자들은 그 공간의 내용 조합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생산물, 즉 자발적 생산물을 만들어낸다. 또한 그렇게 인코딩 된 내용들을 상호적으로 소비함으로써 (생산에 개입된 소비를 함으로써) 복잡한 생산과 소비의 상호작용하여 다시금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대안적인 공동체 미디어는 이.. 더보기
매스 미디어 처럼 소비해 버리는 도시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두가지 종류의 소통을 한다. 하나는 몸짓부터 대화까지 우리 일상에서 사람들과 하는 각종 소통이며, 다른 하나는 여러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메세지를 접수하는 대중매체에 의한 소통이다. 최근의 기술 발전으로 이러한 두가지 영역은 복잡하게 얽히고 있으니, 이러한 분류는 이제 큰 의미가 없는게 사실이지만, 도시공간을 소통의 당사자이자 소통의 매체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이 분류는 여전히 편리하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일상사 사람들과의 소통에는 전화통화, 메신져, 토론모임, 친구들과의 수다 등이 있다. 한편 매체에 의한 소통은 방송 신문 등은 물론 기업의 홍보물, 정부의 발표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통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경우에 따라 다르.. 더보기
복귀: 도시-공간-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여행을 목적으로 간 도시와 업무를 목적으로 간 도시에서 우리의 ‘눈놀림’ 은 사뭇다르다. 이와 비슷하게, 여행을 다닐때와 동네를 다닐때 우리의 눈놀림 역시 다르다. 여행을 목적으로 도착한 도시에서 우리의 눈은 높은 첨탑으로부터 시작해서 문 손잡이에 새겨진 세밀한 조각까지 담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때로는 경배하듯 모두가 목을 젖히고 팔을 높이 들어 사진을 찍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서 지붕들의 색을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찍은 사진을 확인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반응하여 재빠르게 뛰어가 거리의 공연을 절반쯤 보다가 다음 일정을 위해 2층 관광버스에 올라타 거리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다시 다이나믹하게 목과 눈과 팔을 움직이며 기억을 담는다. 반면 우리 일상의 동네에서 우리.. 더보기
샤를리 앱도의 만평이 왜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지에 대하여.. 샤를립앱도의 아일란과 맥도널드어린이세트 메뉴 그림을 매칭시킨 이미지가 두가지 다르게 해석이 된다고.. 여기 고종석 노정태 같은 사람들이 언급되는데..그들은 '이게 왜 그렇게 해석되지? 이건 위선적 유럽에 대한 비판이야' 라고 한다. 오케이. 모든 이미지가 의도대로 파악되면 얼마나 좋겠나? 여기 이미지를 "아주 단순화" 시키면,1 익사한 시리아의 난민 아이 2. 맥도널드 광고 이다. 1. 은 1)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통된 난민실상이라는 아이콘 2) 이슬람계 아이 3) 골치아픈 난민 4) 유럽을 오고 싶어하는.등등으로 해석이 되는 이미지이다2. 는 a) 탐욕 자본주의의 상징 b)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c) 난민들이 갖고 싶었던 것 (난민들의 모국 현실과 대비되는 풍요로움)등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샤를리 앱.. 더보기
브르노의 공간소통 브르노의 urban communication 시내 한 광장 앞. 여러 트램 노선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복잡한 곳이다. 일반 차량들도 통과가 가능해서 트램과 도로를 공유하고 있고, 종종 노선 버스도 지나다닌다. 그리고 센터 광장으로 접근하는 길 입구로 보행자들도 늘 많다. 반면신호와 같은 특별한 장치는 없다. 보행자들이 트램길과 도로를 적당히 활보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흐름은 느린 속도와 관습화된 약속, 그래서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소통에 의해 가능해진다. 우선 사람을 비롯한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흐름은 느리다. 트램-사람- 차량이라는 우선순위의 관습과 같은 약속이 존재하지만, 그와 별개로 모든 움직이는 것들은 서로를 살핀다. 일대일의 소통이자 다대다의 소통이 긴밀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더보기
버젼론 어렸을 적 쥬피터라고 불리는 모짜르트의 교향곡 41번의 LP 판이 있었고, 익숙히 수십번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리고 어느날, 라디오에서 NHK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쥬피터를 들었고, 나는 순전히 내 귀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NHK 교향악단을 그 이후로 여러해동안 수준 이하의 악단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곡을 누가 지휘를 했는지도 모르고, 내가 수십번 들은 연주와 NHK 의 연주간의 차이에 대한 음악적 이해는 완전히 무시하고 말이다. 고전음악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해석으로 다른 버젼이 되어 다른 곡이 되어왔다. 가요에서도 팝에서도 리메이크라는 이름으로 때론 트리뷰트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때론 표절이라는 이름으로 지나간 음악의 새로운 버젼이 나오곤 한다. 대체로 리메이크에 대해 흥미를 못느끼는 바는, 내귀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