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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산타페의 무성의한 여행자


꽤나 샅샅이 둘러보는걸 좋아한다. 치밀한 계획보다는 바퀴가 닫는대로 발이 닫는대로 가기도 한다. 조금 다른 각도로 자연과 삶을 보고자 한다.

근데. 문제는 그닥 부지런하지 않고. 그닥 열심히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나면 감동이 떨어진다는 말도안되는 변명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여튼 그러저러해서 난 종종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종종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스치곤한다.

     
<타오스로 넘어가는 마지막 고개. 갑작스레 광활한 벌판과 그 곳을 사납게 갈라놓은 리오그란데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곳이 바로 Taos 였다. 산타페에서 4-50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도시.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겨울에 천국이란다. 스키라도 좋아했으면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산타페의 히피스러움을 핵심만 모아놓은 곳이라고도 한다. (히피운동을 늘 지식인의 마스터베이션이라고 비판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것도 몰랐다) 온갖 갤러리와 자연속에 어우러진 식당과 상점들이 매우 작은 공간에 오밀조밀 모여있다.

타오스 가는 길은 경이로운 지형들의 연속이었다. 리오그란데강의 상류 협곡을 그대로 지나는 그 길은 산아래 광활한 벌판. 그 아래를 움푹 패고 지나가는 리오그란데강의 절묘산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도착한 타오스.
준비안된 여행자는 변변한 사진한장 남기지 못하고 돌아온다.

그저 조금의 호기를 부려 오던길로 돌아가지 않고 먼길로 돌아가며 리오그란데와 고원의 평원을 즐기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달랠뿐. 그나마 리오그란데 다리에서 바라보는 협곡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음에 안도해보기도 한다.


                                           <다리위. 까마득히 아래 흘러가는 리오그란데. 그위에 펼쳐진 조화>

표현할 수 없이 두렵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던 고원의 들판에서의 석양이 생각난다.

하지만 아직도 타오스에 대해서는 뭐라 할말이 없어. 회피하고 싶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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