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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하이브리드 고원. 산타페 2.


산타페는 작은 도시이고, 교통이 그리 좋은 편도 아니다. 가까이에 앨버커퀴 라는 더 큰 도시가 있는 관계로 산업적인 것들은 그쪽에 집중되어있는 듯 하다. 그래서 이 도시는 더 특별해진다.

미국을 상징하는 '고속도로 멀리에서 도시에 접근하면 다운타운의 고층빌딩들이 섬처럼 등장하기' 가 이 도시엔 없다. 예전 멕시코, 혹은 스페인 풍의 중앙 플라자와, 성당, 박물관, 그리고 무수한 작은 샵들이 이 다운타운을 이룬다.


                                                                       <온갖 물건을 파는 가게. 울긋불긋 공예품들이 널려있다>

갤러리와 샵은 무엇이 갤러리이고 무엇이 샵인지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여러 작품들로 이루어져있다. 물론 여기도 made in china 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건 참 아쉽지만 말이다. 그래도 곳곳에서 뚝딱뚝딱 직접 제작하는 모습들에서 또다시 산타페만의 느낌을 찾는다.
이곳에서는 다운타운 한가운데에서도 여러 노점상을 볼 수 있다. 여러가지 소품들을 들고나와서 팔고 있는 (아마도 직접제작한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로 북적하다.

아침 다운타운 밖 빈 공터에는 토요일의 farm market 이 열리고, 그곳은 인디언의 한마을, 아님 멕시코의 한 마을, 그도 아니면 히피들의 한 마을의 풍경을 이룬다.


                                                                                                      <farm market 마늘 파는 아저씨>

이 도시는 다른도시보다도 유달리 60대의 히피스타일들이 많이 사는 듯 하다. 아마도 그들의 추구했던 자연주의에 가장 흡사한 도시의 모습을 갖고 있기때문에, 은퇴후에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향수하며 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들은 farm market 에서 각종 지역 산물들을 거래하고 있었다. walmart 로 폭력적으로 통일되어버린 미국의 풍경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다국적기업들과 그를 지원하는 정치권력이 꾸며가고 있는 똑같이 생긴 도시들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Ben Folds가 <rockin' the suburb> 라는 노래에서 비슷한 옷을 입고 그런 저런 차를 타고 다니는 도시 외곽의 백인들의 삶이 참 뻑 스럽다고 노래를 부를때. 아마도 그 똑같은 체인상가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늘어서서 똑같은 카키색바지와 폴로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백인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산타페는 그 획일성의 폭력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인디언 관련 소품을 보면, 코코펠리라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코코펠리는 오래전 이곳에 거주한 네이티브가 살던 동굴에서 나온 벽화의, 일종의 캐릭터이고, 이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캐릭터는 미국 서남부 지방, 네이티브를 상품으로 먹고 사는 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되었다. 코코펠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은 맨하튼의 소호거리에도 있다. 그만큼 코코펠리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서 꽤 느낌나는 예술적인 공예품으로도 발전하고 있는 듯 하다.


                                                                                                                     <먼지낀 코코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