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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산을 보다. colorado springs.


동네 여건상 산다운 산을 보며 사는게 불가능 하다. 언덕 하나도 보기 힘든 중앙 대평원의 끝자락의 이 도시는 산없음의 삭막함을 잘 느끼게 해준다. (오클라호마의 피로 요소다..)

콜로라도를 인접해 산지도 3년이 넘었건만 결국 여름에서야 다녀왔다. "ㄱ" 자로 연결된 고속도로로 인한 거리를 탓하기 보다는.. 지난 바쁜 시간들 때문이었다고 변명하는 편이 좀 더 있어 보일것 같다.

오클라호마와 캔사스의 잔인한 평원을 지나 콜로라도쯤 들어서면 산이 보일까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두시간 넘게 이어지는 평원으로 깨어나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야 병풍처럼 늘어선 록키산맥의 덩어리를 발견하게되고 그 곳에 colorado springs 가 있다.

예전 육상선수들이 고원 적응 훈련을 한다는 얘기로만 기억하고 있는 그 도시는 고원의 숨가뿜같은 것을 느낄 만큼의 곳은 아니었다. "산촌" 이라는 것을 느끼기에도 조금은 덩치가 있는 그런 도시였다. 마침 비가 내리는 풍경은 그저 익숙한 비오는 우울한 도시풍경일 뿐이다.


 <글쎄..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모짜르트를 왜 기념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비오는날 빨간색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그것만으로도 굳이 알아볼 번거로움을 잊는다>


텅빈 토요일의 다운타운은 몇가지 콜로라도 스러운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꽤나 진보적인 곳으로 꼽히고, 그만큼 미국의 일반적인 피곤한 획일성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멋스러움이 있는 곳이다) 상점들과 거리들로 눈을 맑게 해준다.

그렇게 슬렁 슬렁 다운타운을 둘러보고서는 우리는 본격적으로 콜로라도 종단에 들어간다.
(사실 이 여행은 옐로스톤으로 향하는 여행의 일부였고, 콜로라도스프링스는 그중 첫 기착지였다. 그 만큼 사전 조사도, 기대도 별로 없는 또 한번의 무성의한 여행이었다.)


                                                                                <숲. 길. 바위. 신만 좋아하는게 아니겠지..>


그렇게 해서 시작된 곳은 신들의 정원.
아침부터 아주 찬비가 8월의 날씨를 영하에 가깝게 떨어뜨려놓아서 그 바위산을 굽이 굽이 돌아 구경한다는 것을 조금은 걱정스럽게 하던 여행의 시작.

3억년이 넘었다는 바위 덩어리들은 풍화과정을 거치면서
이름처럼 신들의 정원 같은 신기한 모습을 이루면서 숲을 이룬 나무들과 풍경의 조화를 부린다.
이 조화속에서 추위는 어느새 잊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어진다.

무수하게 널려있는 아름다운 산때문인지 이런 정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은 아니었나보다. 그냥 주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곳은 자유롭게 차로 이동하며 주차를 하며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구석구석을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뾰족 뾰족 바람과 물과 바위가 만들어낸 광경은 장관이다.>


덕분의 짧은 시간의 관광 (이는 정말 관광이다. 관광을 즐기는 편은 아니나 빠듯한 일정은 때론 여행을 관광으로 만든다) 에서도 많은 곳을 볼 수 있었던 신들의 정원을 뒤로하고

그리고 다시 나선 길. 지루한 고속도로 여행을 과감히 포기하고 우린 국도로 들어서고, 그 곳 곳곳에서 협곡과 숲이 차가운 여름날의 청량함의 극치를 느끼게 해주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숲이 가득한 산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작은 천은 주변에 건강한 목초지를 만들곤 한다. 그곳의 말들..>


곳곳에 불타버린 대단한 넓이의 숲을 보면서, 그 무수한 산불 속에서 자연스럽게 또다시 숲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자연에 대한 새삼스런 경이로움과 그것들이 주는 청량함에 감사를 보내게 된다. 사람의 손길이 아니라면, 산불도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재앙이 아닌 새로운 생명을 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공간.

사람이 자연으로의 사람냄새를 가진 존재가 되길 무리하게 바래보게 된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다운타운의 한 안내판. 구석구석 열심히 여행합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