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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마트의 질.. 그 아이러니... 그리고 조합.


유기농이라는 것이 보편화 되기 이전 한국을 떠난 관계로 한국적 상황에 맞는 글을 쓰기는 어려울 듯 하다.
유기농 식품과 관련하여 이곳에서 느끼는 무언가의 불편함을 조금 주절거려본다.

오클라호마 이야기 부터 시작하자. 오클라호마는 석유 재벌이 부의 대단한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약간은 중동스러운 곳이다. 그만큼 빈부의 격차가 대단하다. 이러한 빈부의 격차는 동네에 들어서 있는 마트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한국이야 이마트 같은 것들이 (강남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부자들도 모냥 안빠지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지만, 미국은 마트를 통해 계급과 계층의 선을 볼 수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무산 시인이 말한 "밥" 으로 나눠져 있는 가장 전형적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들앞에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고함치면 새로 풋볼 팀이 생겼나부네..정도 하면서 넘어가겠지만 말이다) 

일단 각 지역에는 대표적인 Grocery 식료품 마트가 있다. 대체로 과점 체제로 되어있고, Korger, Albertson 등과 같은 꽤나 전국적인 체인도 있지만, 대체로 New York의 Tops, Wegmans 오클라호마 같은 경우엔 Homelands 이런 식으로 주별로 독과점 업체가 장악을 하고 있다.

이 식료품 마트는 철저하게 그 동네 생활 수준에 따라 들어오는 음식, 코너, 조명까지 철저하게 매뉴얼로 정해져있나 싶을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갖는다.

또한 월마트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공산품을 판매하는 마트이지만, 조금 가난한 동네는 Walmart Supercenter  라 하여 식료품까지 취급을 한다. 월마트 수준의 퀄리티로도 동네 마트와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자동네에서는 어림 없으니 아예 들어갈 생각도 안하지만 말이다.
 


                                              오클라호마시티 포워드의 아기용 카트와 바구니. 
                                              이 아이들은 "다른 소비" 를 하길 기원해본다.


이런 마트의 퀄리티의 척도는 "유기농" 식품이다. (뭐...때때로 조명이 더 정확한 척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월마트보다 한단계 높은 종합 마트라고 자부할 듯 한 Target 의 슈퍼스토어를 찾아보면 자체 브랜드인 Archer Farms 에서 유기농 식품들을 집중적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그 가격은 당연히 대부분 두배 정도는 가볍게 넘는다. 가끔 대박을 줍지 않는한 그렇다.
그렇지만, 그래도 여전히 Target 인지라 다른 Upscale 마트에 비하면 애교에 가까운 가격이다.

각 동네마다 나름의 전문 유기농 마켓이 부자 동네의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면 오클라호마에는 Atkins 라는 마트가 있는데, 여긴 아쉽게도 조명은 월마트 수준도 안되고, 상품 가격은 타겟 두배정도 된다)



오클라호마시티에 새로 오픈한 Forward. 여기 매니져가 한국음식을 많이 좋아해서 김치도 갖다 놓았으나 그도 역시 비싸다. 이곳에 나의 김치를 납품하고 싶다..ㅎㅎㅎ 그치만 채식 교조주의자들은 젓갈 넣은 김치는 안먹으니 이 곳에 납품한다면 젓갈을 빼야 한다.



그 중 가장 잘 나가는 곳은 Wholefoods 라는 곳인데 이곳은 이제 거의 전국체인화 되어, 그 많은 상품수 만큼이나 가격도 꽤나 현실화 된듯 하다 (농산물에 관해선 확실히 그런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보통의 가격은 넘는다.
과자를 먹으면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극 스트레스성 유기농 마니아들에게는 참 안된 이야기지만, 유기농 통밀과자 같은 맛에 대한 예의는 개한테나 줘버린 제품들은 그 맛에 반비례하여 대단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더 구석으로 들어가면 각 동네마다 유기농 구멍가게들이 있다.

오클라호마의 경우 대표적인 곳이 Forward 라는 곳과, Norman 에만 있는 Earth's 라는 곳이다. 이런곳은 상품수는 많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상품 배치나 분위기가 오래된 유럽 식료품점과 같은 분위기가 있어서, 소위 간지로 승부하는 그런 곳이 되겠다.
 

        Forward 의 Spices. 흠. 1회용 플라스틱 통에 유기농 향신료. 참 어려운 자본주의 세상이다. 어렵다 어려워..정말.


그런만큼 이곳은 두부류의 사람이 주 고객이 된다.

(히피,좌파,리버럴좌파,래디컬,아나키)  그리고 부자.

나도 결국 왼쪽 그룹 어디엔 속하는지라 종종 두 가게를 찾는다. 하지만, 생활이 무척이나 빠듯한 정신적으로만 "졸라" 자유로운 영혼들은 결국 가계의 간지만을 품에 안고 걸음을 나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요식행위로 커피 한잔 정도 사오거나, 손바닥 4분의 1만한 통에 들어있는 향신료 약간을 사오는 정도를 하기도 한다.

당연히 그 이유는 가격때문이다.

로컬 푸드 운동을 하고, 유기농을 설파하고, 독립 샵을 논하고, 대안적 소비를 이야기 하지만.

사실 그 운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전파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수요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결국 시장 시스템에 의존해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수요가 있지 않는 한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두가지 갈래가 나올텐데, 유기농 소비운동이 있을 것이고 (매우 리버럴한 아이디어로서 매우 리버럴하게 "아님 말고"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크다)
결국 대안은 시장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 조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지역에는 (주로 노동조합의 역사가 강했던 지역이나 히피 역사가 강했던 지역) Foods Co-Op 이라는 형태의 조합과 상점들이 있다. 오클라호마에도 Norman (역시 대학 타운..) 에 유사한 형태의 가게가 있지만 아직 본격적이진 못하고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조합 상점은 간지와 가격 두가지를 동시에 보장하는 곳이기도 한, 지금으로써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판단되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유통의 범위가 거대한 상황에서 한정된 수요가 존재하는 한 가격이 다운된다는 것은 넌센스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유통의 범위를 줄이고, 단계를 줄이고,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경제활동이 아닌 유기적인 (이 디테일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 하지만)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동네가게"
라는 개념은 그냥 동네에 있는 체인점 아닌 가게의 의미가 아니라, 바로 이런 생산과 소비의 다른 대안이라는 의미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아직 초기 단계라고도 할 수는 없을 정도의 미미함이지만, 조금씩 그런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여하튼 좋은 일이다.

그리고 Wholefoods 가 이곳 오클라호마 시티에도 오픈을 한다. 글쎄. 유기농의 대형체인이라. 또 다른 찝찝함이지만, 그 마트의 샐러드 바는...
현존최고라 하기에 손색이 없어.. 바바반..반갑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