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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죽거림

무식, 무모, 무대포: 미국 보수세력의 준동이 주는 교육에 관한 교훈.

오늘 뉴스에 텍사즈 주에서 토마스 제퍼슨이 교과서 내용에서 삭제될거라는 내용이 있다. 그의 민주당 전신 설립이라는 경력과 정교 분리의 원칙 때문에 남부 기독 공화당원들에게 "밉보였다" 는 내용이다.

얼마전 이곳 오클라호마 시내의 한 기독교 학교를 다니는 한국 조기유학생들로부터, 아주 "독특한"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역사 수업시간에 교사가 공화정이 민주주의보다 우월한 체제이고, 따라서 미국은 공화정을 해야 하고 민주주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랑 플라톤이 도대체 그게 뭔 소린가하고 궁금해서 대서양을 뛰어 건너와서 질문할 내용을 버젓이 정규 수업시간에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학은 학사에서 멈춘 내게 뭐 전문 분야라고 할 수 는 없지만, 1학년 개론시간에 배운 지식에 그동안 그냥저냥 주워 읽었던 수많은 책들의 지식이 별로 복잡하지 않게 정리되면서 그 어처구니 없음에 그냥 헛웃음을 날려줬다.

공화정과 민주주의는 소위말해서 동등 비교할 수 없는 "층위" 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두가지는 공존하는 경우가 아주 대부분이고 (뭐 형식적으로 나마, 제도적으로 나마.. 실질적인 것에 대한 시비를 가려야 할 것은 많지만 말이다.) 굳이 빗대어 얘기 한다면, 공화정이 PC 라면 민주주의는 윈도우즈 같은 개념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PC 에 리눅스를 깔 수도 있듯이 따로 갈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화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운영체제로서 민주주의가 지배적으로 인식되고 있는것 처럼,

이 두가지는 서로 경쟁적인, 그래서 층위가 동일한 제도 혹은 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리수를 두는 교육을 하는 것은,

공화당이라는 이름과 민주당이라는 이름에서 나올 수 있는 일반 대중의 무지함을 이용한 오해 선동.
그리고 공화당 보수 진영이 지속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나오는 무리수에 근거한 선동적 교육이라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어린 학생들에게 공화당은 더 좋은 체제를 따르고 민주당은 더 나쁜 체제를 따르는 기호적인 상징성을 부여하는 무서운 이데올로기 유포 과정인 것이다.

이처럼 초 중등 교육은 아직 지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다분히 그를 둘러싼 교육과정과 교육재료들은 정치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이다.

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과서를 둘러싼 보수 반동의 움직임, 그리고 사립학교 재량권 확대의 움직임에 대해 좋은 본보기를 제시해준다.

교과서가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더욱 강화되고, 그곳에 경제논리에 입각한 재량권이 확대된 사립학교가 교육적인 목적을 표방하며 왜곡되 정보를 아이들에게 유포시킬 때 벌어지는 일에 대해 예상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노동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친북 세력이라는 공식을 만들 수 있는 무지몽매무모무대포가 우리에겐 매우 흔한 일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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