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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죽거림

클래식. 말의 사회적 의미.

얼마전 SNS 에서 '서양 상류층의 음악이며 대중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에 대해 classic 이라는 말을 붙여놓고 웃기지도 않네' 라는 류의 글을 보았다. 문화평론 비슷한거 하는 분의 그냥 잡담이어서, 굳이 논쟁을 할 필요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냥 나도 혼자 잡설을 하리라. 

Classic 이라는 말에는 사전적으로 분명히 '격이 있는' 즉 '어 쫌 클래스가 있는데' 정도의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전음악에 사용하는 그 클래식이 그런 의미일까. 왜 그걸 고전음악이라 번역하지, '고급음악' 이라고 번역하지 않았을까? 

역시 사전적의미로, classic 이라는 것은 중세시대, 종교가 모든것을 지배하는 동안 억압받아왔던 그리스 로마의 인문지식이 복구되면서 재조명된, 그 작품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클래식은 고전이라는 말로 번역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르네상스의 역사를 보면 각 분야가 변화를 겪듯 음악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 그러면서 우리가 흔히 근대음악의 본격적 시작이라고 말하곤 하는 바흐나 헨델 류의 바로크 음악 이후 모짜르트 베토벤등의 음악에 고전주의라는 (classical) 말을 붙이는 것도 그것의 고급/저급의 문제가 아니라 고전적/인본주의적 정신의 재현에 의미가 더 강하게 들어갔으리라 본다. 
 
음악적인 것을 차치하고, 언어적으로만 보아도 그렇다. 사실 우리는 classic 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사용하지만, 실제 영어권에서 classic 은 서술형 형용사라고 볼 수 있다. 즉, 그것은 classic 이야~ 라고 말하듯 사용된다는 것이다. 어..고전인데.. 오래된 건데..라는 뜻이다. 오래된 명작이라는 의미도 품는다. 반면 우리가 고전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수식어로 "classical music" 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고전스러운" 음악이라는 것이다. 즉 전통적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말도 되고, 오래된 스타일이라는 말도 되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이라는 의미는 찾기 쉽지 않다.

그러면 한국어에서 클래식은 어떤가. 별로 차이는 없다. 어느 누구도 고급음악으로 상류층음악으로 번역해내지 않듯, 그것은 고전적인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사실 더 나아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의 의미까지 유통된다.

따라서 지금현재 고전음악의 이름이 계급문제의 덤탱이를 쓸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여전히 그것은 값비싸게 유통되는 상류층에게 한정된 문화라른 인식과 실제의 현실이 그 언어의 사회적 의미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니 완전히 억울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회가 양극화되다보니,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거치면서 다분화되었던 개념들이 다시 단순한 이분법의 의미로 복귀되는 경향을 보인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라는 문화의 대량생산시대 초기의 이분법적 논의가 다시금 살아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한다.

이렇듯 단어 하나의 의미도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의미변화를 겪는다. 폭풍같이 망해가는 신자유주의의 극단의 모순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또다른 사회적 의미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내게 클래식인 영화. 오래된 명작. 클래시컬한 영화는 물론 절대 아니다. 우주에서 토가를 걸칠 순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