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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Buffalo, 쇠락의 도시.


요즘같이 시절이 어수선한때 한가한 글을 쓴다는게 죄스럽지만, 밤새 어떤 장소에 대한 꿈을 잔뜩 꾸고 일어난 아침 그 곳의 사진들을 들춰보는건 인지상정이려니 하고 글을쓴다.



집앞. 눈내린 이리운하의 순백.


벌써 기억의 공간으로 되어간다. 그러고보니 4년이 넘어간다 그곳을 떠난지도.

처음 발을 딛을때의 약간의 두려움, 약간의 설레임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그도 벌써 7년이 되어간다. 3년간 참 많은 생각을 만들어주었던 공간.
눈의 도시.
쇠락의 도시.
움츠린 어깨들.
거대하게 비어가는 슬럼. 그 곳에서 알바를 하던 시절.. 보았던 희망없는 흑인들의 삶. 1센트를 주워 모아 마리화나를 사는 사람. 9명의 모든 다른 인종의 자기 자식을 데리고 다니는 아줌마.

이리호변 거대하게 죽어있는 항구의 모습 만큼이나 무겁게 내려앉은 모습의 도시를 기억해본다.

똑딱이를 들고 다니던 시절인지라.. 멋들어진 사진도 없거니와.. 적응의 시간들 여유도 그만큼 없었던 시간이었다.

펑펑 내리는 눈과 매년 반복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기쁨은 5개월이 넘는 겨울의 지겨움으로 손쉽게 대체되는곳.


   
                           매년의 화이트크리스마스. 거대한 전나무와 눈.


운전하기. 공포스러운 눈폭풍.



어쩌면 그런 겨울이 있기에, 짧은 여름의 찬란하게 아름다운 모습이 기억 속에 더 많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물의 공간.

이리 호수 와 온타리오 호수를 그리고 그들을 잇는 나이아가라 강과, 나이아가라 폭포.



얼어버린 이리호수. 광활한 눈대지. 호수.눈. 쓸쓸함.



버팔로를 한때 내륙 최대 항구도시도 만들었던 허드슨강에 이르는 이리 운하.

이제는 기능적 수로로서의 어떠한 의미도 다 상실한채, 한가로운 보트만 왔다 갔다 하는 이리 운하. 그 앞에서 오랜 미국 자본주의의 흔적을 보곤 한다. 거대한 배가 다닐때 쓰였을 녹슨 장비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그 곳은
하루에 동구권에서 만명이 넘게 유입되던 시절,
온갖 중화학 공업과 항구의 선적 작업에 덩치큰 그 노동자들의 힘을 빌어 미국 자본주의를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나이아가라의 표고차를 이용한 발전은 지금은 유물처럼 남아있고, 저 아래 온타리오 쪽에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며 사라졌지만, 그 시절 토론토까지 아우르는 전력을 생산했기도 했단다.



나이아가라강에서 이리운하로 갈라지던길.  오래된 뱃길 이정표. 오래된 풍경.


블루칼라 시티. 노동자의 도시.

그 곳을 삶의 공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유일한 힘은. 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때문에 건설되는 공장들에서 착취당하던 (그곳의 오래된 벤츠 공장을 보고 충격받던 기억을 해본다. 창이 하나도 없던 공장.) 그들이 안식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물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그곳의 "물들" 은 아름답다.  


Fort. Niagara. 겨울의 끝. 온타리오 호수



이곳 건조한 땅 오클라호마에 살면서 버팔로를 가장 그립게 하는 것은 그 물이다.

3월이면 나이아가라 강에 떠다니던 유빙의 거대한 물결이 지금도 꽤나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

오늘은. 그저 버팔로의 외관이나 기억하고 그만하련다. 더 하면.. 가고싶어지잖아. 


 

fort niagara 뒤 숲의 마지막 가을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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