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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개발개발. 용산과 베이징


베이징 세번째의 공간은 우리에게 지난 수십년동안 아주 익숙한 분노의 공간이 되어버린, 개발의 공간이다.

근대화. 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개발에는 한가지 큰 공통점이 있다. 그 곳에는 인간에 대한 고민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발전, 개발,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과학적"과 "효율성"에 대한 찬양.

효율성을 앞세우고 멋드러진 외관을 주장할때 그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상은 매우 거추장스러운 것이고 더러운 것이 된다.

그들에게는 효율적으로 재빠르게 물대포를 쏘고 특공대를 투입해서 죽여도 되는게 근대화된 자본의 속성이다. 그 어떤 가치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교환가치로서의 숫자만 남아버린 그들의 머리속에 인간은 매우 거추장스럽게 복잡한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줄께..좀만 참아봐.... 뭐..그담에 어떻게 되든 말든 말야... 전문대가를 가로막은 간판>


그 베이징에 대한 공간 커뮤니케이션, 마지막이 개발의 공간이었다.

천안문 남쪽으로 "전문 대가"는 첫 베이징 여행때 곤궁한 베낭 여행객에게 쉼을 주고, 활력을 주었던 사람들의 거리였고, 그만큼 값싼, 그 값싼만큼 활기있는 공간이었다.

그 곳은 올림픽 1년전, 아주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는 간판으로 아예 도로가 막혀있었다.

멋진 관광지역으로 변모하기 위해, 세계인들에게 아주 팬시한 베이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거대한 간판을 설치해 놓고

대단위의 철거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강르네상스와 뉴타운을 통해 서울을 관광과 디자인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한국의 권력과 자본과 아주 흡사한 모습으로

베이징은 "멋질거야..기대해" 라는 말과 함께 사람들의 터전을 전쟁후 폐허처럼 만들고 있었다.

(아마도 이제 완성이 되어.. 멋지다..라는 말을 듣겠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당한 인간들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그나마 한국보단 나을려나..?)

간판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과학입국!... 독재자들의 음산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곳에서는 서구 근대화의 신앙이 숨어있었다.

"과학을 사랑하고, 과학을 배우고, 과학을 이용하고.."
 
이것이 근대화의 핵심 아이디어로, 철거당한 건물의 벽에 세워져 있다.

과학과학.. 합리적, 효율적.

이런 근대화가 그 어떤 시점에선 분명 인간을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겠지만,
그 자체가 다시 폭력이되어 인간의 본성을 왜곡하고
획일화된 발전의 방향만을 남겨 버리게 되었다.

그 개발의 공간.. 베이징의 사람들은 여전히 활기찬 웃음을 지으며 걷고 있었지만, 그들을 배려한 개발은 존재하지 않았다.

개발에 대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용산을 바라보면 인왕산에서 웃기지 않는 농담이나 찍찍거리고 있는 그 인간을 저주해본다.



<철거촌의 마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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