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목

목적 여행. 경주.


경주는 세번을 가보았다.
아마도 중1때던가.. 잼버리라는 지금 생각하면 참 말도안되는 행사에 참여하러 한번 갔고,
고1때 모두가 가는 수학여행으로 갔고
그리고 작년,
오랜만의 한국에서의 여행이자, 일종의 신혼여행으로 경주에 가게되었다. 뭐. 60년대식..신혼여행말이다. ㅎㅎ 짧은기간의 한국방문에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간다는 건. 참 거추장스럽고 죄송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렇게 경주는 어떤 "목적"을 갖고 가게 되나보다. 늘.


                               석굴암의 연등. 색의 조화만큼만 바라는 일 이뤄지며 사시길..  


부산에 숙소를 잡아놓고, 바다에 발한번 담그지 않고 나서 경주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경상도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한 내게, 북도 남도라는 행정적 경계가 멀게 느껴졌으리라 생각해본다.

무언가를 추억해보기에는 두번의 단체 여행이 남겨준 기억은 단 한개도 없다. 불국사 아래 거대한 여관촌만 어렴풋 기억이 날뿐, 소위 말하는 "유적"에 대한 기억은 참 징그럽게도 하나 남아있지 않다. 



불국사 가는길. 아마도 이렇게 정돈된 길을 가본것은 처음일 것이다. 길. 길. 길.


모두와 참 비슷하게 
아무 생각없는 "목적"여행을 떼우고 있었을테니말이다. 

특별한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일정도 그랬거니와, 그저 오랜만에 한국의 대도시를 벗어나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늘 썰렁한 동네에 살다가 여름이면 돌아가는 서울과 수도권의 그 복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 



흔한. 열주 사진. 지루한만큼 아름답기도 하다. 원래 적당히 삐딱해야 안지루한 법이다.


경주의 역사 교육이니 음식탐당이니 뭐 이런 목적은 생각할 필요도 의미도 없었던 시간. 


그저 조용히 이쪽 저쪽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담고, 이야기를 하고, 걷고.. 그런 시간을 보낸 하루의 여행. 
경주는 그런 차분함을 주는 곳이었고, 그렇다면 충분하게 만족스러운 공간이 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려본다. 
 

박물관 앞 연이 가득하던 곳.


꽤 오래전
정선 평창 산골을 유목한 이후
한국에서 유목을 해본지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또 아쉽게 다가온다.
그만큼 소중했던 작년 여름의 짧은 여행. 경주.

잘. 살게 해달라고. 잘. 그런 잘. 말고. 정말. 잘.



꼭 한번 찍고 싶었던 관광엽서 각



'유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텍사스에 사람이 살까? San Antonio의 사람사는 공간.  (0) 2009.03.24
동피랑의 연장된 삶.  (2) 2009.03.05
뉴욕. 소호. 사람의 흔적.  (5) 2009.02.23
나이아가라에 살기.  (4) 2009.02.13
Buffalo, 쇠락의 도시.  (0) 2009.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