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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동피랑의 연장된 삶.


이상한 성격을 지닌 나는, 텔레비젼에서 소개하는 그런 곳 가는 것을 꽤나 꺼리곤 한다.
그.. 우~~하고 몰려듦의 한명이 되고 싶지않은 "따"스러운 습성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촬영지와 같이 특히나 공간을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곳은 더더욱 그렇다.


많은 소개가 있었던 곳이고, 사실 대단할 것이 없을것이라는 게 자명한 공간이지만, 동피랑은 한번 가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의 말하길, 한국의 산토리니.. 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따라 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이 공간이 반영하는 개발이데올로기에 대한 유쾌한 침뱉음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술적인 것을 예술로만 바라보았을때 나로서는 아무런 말 하나 더할 수가 없는 문외한이기에,

집 벽 곳곳에 때론 작게 때론 꽉 차게 그려져있는 그림들을 갖고 뭐라뭐라 평가하는 것은 애초의 목적도 아니고 나에겐 무리인 작업이다.

그저 그 그림들이 갖고 있는 그 작은 공간에서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이미 많은 다큐멘터리 작가들께서 정리한 얘기지만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철거-개발이라는 난장이가 공을 쏘아올릴 적에도 이미 본격적이었던 개발이데올로기는 여전히 그치지 않는 무한정력으로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다.

남쪽 끝 이 통영에도 예외는 아니고, 금수강산이 아파트로 푸르딩딩하게 변해가는 대열에 참가하려한다. 그 속에서 동피랑도 당연스런 대상자였음을 알게 하는 구비구비 좁다란 골목길에 허름한 집들 뿐이다.

그림이 그려졌고, 개발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곳은 통영의 한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은 우리처럼 소비성향이 강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장소마다 모이는 사람의 성향은 대체로 구분되는 듯 하다. 동피랑의 방문자들은 카메라 이외에는 소비성향이 강한듯 싶지 않다. 시장에서 돼지국밥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얼마나 관광 수입에 도움이 될까 싶지만,

통영시에서는 그 곳을 관광산업의 한 면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나 보다.

결국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살아남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또 찜찜한 부분이지만, 어찌되었든 살았으면 일단은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둘러본다.

바다, 항구의 분주함
그곳을 내려다 보는 이곳의 구불구불한 골목길.


지금은 또 더 많은 그림으로 채워져 많은 사람을 부르고 있을 이 곳.

설마하니 앞에 매표소를 차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드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한 여전한 두려움이 있지만, 인간이 가장 인간적으로 스스로를 지킬때 자본의 벽도 넘을 수 있다는 아주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에 잊지 않고자 한다.


ps. 지금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보니 이미 내 걱정 만큼의 관광지 조성사업으로 파괴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럼 그렇다. 정말. 대단한 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