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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죽음이 생동하는 곳 1.


죽음이 살아움직인다... 는 말은 그 자체가 모순이거나 아니면 매~우 끔찍함을 연상케한다.

8월. 그 곳은 살아 움직이는 자연속에서 죽음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진행되는 공간이었다.

2-3년전 부터..이곳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루머가 돌았는데 그중 하나가 옐로스톤이 곧 자연휴식년에 들어가고 무려 50년 후에야 재 개장 한다는 것이다.

얼추 계산해봐도 보더라도 정상적인 몸으로 보긴 힘들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몇몇 극성맞은 아이들은 국립공원 사무실에 전화도 해봤다지만 그건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는 얘네 다운 안일한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 곳 옐로스톤에 다녀왔다. 콜로라도를 거쳐 황막하고 우울했던 와이오밍을 가로질러 그곳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이는 유황연기가 소문으로만 듣던 곳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간헐천이 단일지역에서 가장 많다는 이곳에서 모두가 기대하는 것은 뿜어져 올라가는 뜨거운 온천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맞이하는 것은 머리가 멍해지도록 독한 유황 냄새이고, 그 무시무시한 독성만큼이나 오묘한 색으로 무장해있는 온천 구덩이들이다.

                                                                                                            <사파이어 간헐천>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덩이속에 사파이어 빛의 유황물이 담겨있다. 여전히 뜨거운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그 옆으로 십여개의 구덩이에 이런 온천물이 담겨있고 몇몇 온천은 막끓인 물처럼 끓어오른다.
이쯤되면,
슬슬 이 공간이 자연의 신비로움.. 아름다움.. 을 넘어..두려움의 공간으로 된다.

사실.. 옐로스톤하면 가장 높이 솟구친다는 old faithful 이 가장 궁금했었다. 하지만 꽤 잘 연구된 덕분인지 온천수가 솟구치는 시간은 대충 계산이 되어있었고.. 가이져 주변으로 벤치를 설치하여 마치 돌고래 쇼를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그 자연의 경이로움의 극적인 효과를 반감시켜버리는 아쉬움도 있다. 
 
                                                                                 <Old faithful..의 허접동영상. -.->

하지만 그 광대하게 넓은 옐로스톤에 그런 가이져는 여러군데 있었고, 운좋게도 우린 거의 모든 녀석들의 솟구침을 볼 수 있었다.
광활한 유황대지위에 솟구쳐오르는 온천수의 모습은.. 감동이다. 그저.

이 유황대지는 솟구치는 물의 생동감 만큼이나 죽음의 공간이기도 하다. 유황이 조금이라도 스며든 곳이라면 어김없이 곳곳에 고사목들이 널린다.
물론 그 죽음의 공간도 경이로운 경관을 더 아름답게 하지만,
그만큼의 두려움도 느끼게 한다.

삶과 죽음이 회전하는곳. 그렇게 자연이 자연으로 있던. 옐로스톤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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