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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날저런날

동네축제. 중세이야기.


해마다 4월이면 이 작은 도시에서 Medieval Fair 라는 중세 재현 축제가 벌어진다.
자세히 알아보는 것을 귀찮아하는 나에게 이동네에서 왜 중세 축제를 하는지에 관한건 큰 호기심은 아니었다.
근데 아마도 호기심을 갖지 않기 잘 한 거 같다.


아스트랄한 동네에서 열리는 아스트랄한 축제..



어떤 동네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는 상관없이 미국 곳곳에서 열리는 그저 그런 것이라는게 대부분의 생각이다.
실제로 여러 도시에서 Medieval Fair 혹은 Renaissance Fair 라는 이름의 그당시 유럽을 재현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인류 최악의 연금술. 플라스틱에 담겨있는 연금술사의 재료.


자신들을 그들의 후예라고 생각하는 이유에서 하는 축제일 거란 당연스런 추측과.

무료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삶을 버텨보기 위한 방편의 많은 축제들 중 하나일 것이라는 더 당연스런 추측으로 그저 흘낏 한 번 들여다 본다.

그 어떤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없다는 것은
축제의 장소에 가는 순간 알게 된다.



음악은 대략 아이리쉬와 보헤미안으로 통일 시켜주는 센스.


그저 우리가 영화나 환타지 소설에서 봄직한 뻔한 중세 풍의 의상과 소품들이 평범하게 펼쳐져있다.
나름의 놀이거리와 먹거리가 축제의 흥을 더해주긴 하나, 그 천편일률적인 상상력 고갈의 중세 재현은 좀 부끄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낮에 만났던 미국교수가 "난 도대체 그런 멍청한 축제를 왜하는지 모르겠다" 고 투덜대는 이유를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장소.


마징가제트의 여친 비너스를 떠올리게 했던 아줌마와 겁에질린 아이.


그렇지만, 다른 면에서는 이렇게 분절화된 suburban 의 삶 속에서 최소한의 "광장문화"를 만들어보고자 발버둥 치는 느낌을 볼 수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물론 여전히 무언가 모여 함께하는 것 보다는
늘어서 있는 vendor 들의 상품진열이 주체가 되는 축제이지만 말이다.


조용한 거리 공방의 여인.


그리고 한가지 억지로 흥미스러운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중세 costume 이 귀족이나 왕족의 재현이 아니라 그 당시 민중들의 재현이라는 점이다.
상상력은 고갈된 재현이지만,

모두가 부자가 되길 갈구하는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기꺼이 민중스러움을 받아들이는 일상에서의 벗어남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진정한 색의 art 박스조각 인포메이션 센터. 민중주의 -.-


화창하던 4월 초. 사진들이 사람을 한껏 담아 기분 좋았던 날.


아이들. 아이들의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