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날저런날

공부

공부를 해요.

사실. 난 공부를 열심히 안한다. 근데 뭐하냐고 물으면 난 공부를 한다고 대답해야 하는 신분이다.
그래 공부를 한다. 공부의 끝이 무엇이 되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공부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직업을 갖고 있다.

공부를 해서 무언가를 위해 나의 지식을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해서 무언가가 되기 위해 수단화 시키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단이 되어버린 공부가 내겐 수단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결코.. 나에게 지식을 준 사회에 그 공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믿음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해본다.

그런의미에서의 공부의 수단화라면 기꺼이 수단화를 해야겠지..

나에게 처음 호기심을 준 곳.
나에게 처음 분노를 느끼게 해 준 곳.
그 분노와 호기심으로 존재감을 느끼게 해 준곳은.

그리 자랑스럽지도 사랑스럽지도 않는 그렇다고 증오가 남아있지도 않은 그저.. 때론 그 사회의 잠재적인 비판능력에 감탄을 하다가도, 그 감성적인 무모함에 대해 좌절도 하는 한국이라는 곳이다.
그러고는 감성적 열정에 대해서 또 감탄을 하고, 신화처럼 굳어진 잘살아야 한다는 집착에 대해 또 좌절을 한다.

그리고. 난. 이곳 미국에 와서 지독스럽게 서로를 모순으로서 구축시키며 공존하고 있는 "근대"라는 것을 공부하고 있다.

..
한국사회에서 나의 공부를 내가 의미하는 바로 수단화 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난 지금 비겁하다. 난 지금 당장 돌아갈 생각이 없다.

싸울 자신이 없다. 아직 무섭다. 물론 아직이 아니라 점점이라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내 공부를 수단화 시켰을때.. 다른의미로 수단화된 공부들이 얼마나 내게 불공정한 잣대로 공격을 가해올지에 대해 무서워 하고 있는 나는 비겁하다.
그치만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내가 받아온 그 모든것을 온전히 그 사회를 위해 돌려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이런날저런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Ice Wonderland. 오클라호마  (1) 2009.01.28
샌디에고에서 만난 핑크  (0) 2009.01.23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2연승. 기념 축사.  (2) 2009.01.18
이사가기전날.  (1) 2008.05.09
多樂  (0) 2007.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