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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도시

걸음의 조건: 인접성

가까운 대중 교통, 대중 교통에서 가까운 목적지

 

인접성 우리가 도시에서 많이 걸을 있는 기본 조건이된다. 사실 긴 말이 필요없다.

걷는 것이 운동에 도움이 된다며 일부러 거리를 걷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위 거리가 웬만 해야지 걷는다 것이다. 큼직큼직 나눠져있는 아파트 단지 사이로 걷는 것이, 띄엄띄엄 떨어진 교외주택단지 밖으로 걷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인접성 때문이다. 

 

인접성을 이야기할때 자가 소유 차량으로의 이동은 배제한다. 아무리 차량 소유가 일반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자가 소유 차량으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대중교통의 접근성은 인접성의 기본 조건이 된다. 그 다음으로는 각종 시설물과 생활공간의 인접성이다. 대중교통을 아무리 편리하게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매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의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런 경우 대중교통 수단에서 하차함과 동시에 순간이동하듯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 걸음에도 불구하고 공간과 시간이 소통의 수단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천천히 달리는 대중 교통 

 

좋은 대중교통망은 일상의 걸음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수단들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그 자체로 보행을 위협하는 또 다른 차량이 된다. 또한 대중교통의 정류장 간격이 지나치게 멀면, 도시공간은 정류장별로 단절되는 경향을 갖는다. 이런 곳에서는 사람들의 동선이 다양화되기 쉽지 않고, 정류장과 목적지 사이의 단순한 왕복 도보만 반복된다. 이런 곳에서 보행자들이 도시공간의 창조적 작가가 되기 보다는, 정해진 습속의 복사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고, 그 반복된 소통은 이내 지루해진다. 이렇듯, 대중교통망과 걸음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공간과 그 곳을 차지하는 사람이라는 무수한 변수와 더불어 그곳을 두껍게 감싸고 있는 일상의 맥락들때문에, 이를 특정한 방법으로 계산하고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 도시에서 대중교통은 우리 삶의 리듬을 결정하는 중요한 맥락이라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트램의 역설적 장점은 느리다는 것이다. 체코 브르노의 트램

 

서로 인접한 다른 성격의 공간

 

그 다음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우리가 늘 혼자만 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동반자들이 어려움 없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의 상호인접성 역시 중요하다. 바쁜 대도시에서 평일에 가족 단위의 보행자를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을 바쁘고 복잡한 대도시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우리네 도시의 공간들은 편협하리 만큼 구획적이다. 크게는 업무지구와 유흥가로 나뉘기도 하고, 줄줄이 비슷한 취향과 비슷한 구매층을 대상으로 한 상점가가 펼쳐져 있다. 또한, 작게는 한가지 공간, 예를 들면 키즈 카페나 길거리 농구장 처럼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공간으로 나뉘어져있다. 공간에 대한 획일화된 성별구분 (예를 들면 아빠들은 지루해 한다는 백화점)이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사회는 이렇게 구분된 공간의 의미를 충실히 소비하고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이렇게 특정 부류에 한정된 공간을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지나고, 머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양한 공간의 상호인접성은 다양한 사람들의 도시공간소통을 위해 중요한 조건이 된다. 

 

특별히 키즈 카페로 성격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놀이 공간과 어른들의 모임 공간이 공존할 수 있는 카페는 하나의 정해진 공간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기에 부담이 적은 선택지가 된다.   노인들이 한가로이 친구들과 노천에서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공간과 같이 나온 손주들이 흙장난을 할 수 있는 놀이터가 마주하고 있는 동네 어귀는, 모두가 지루함 없이 한 때를 보내기 좋은 공간이 된다. 다양한 종류의 상업시설과 함께 중간중간 머물러 쉴 수 있는 벤치는 특별한 것 없이 머물 수 있어서, 걸어다니는데 부담이 없는 공간이 된다. 길거리 농구장 옆의 동네 맥주집은 그 맥주집을 찾아온 남녀노소가 그간 환자로만 보던 중2 청소년들의 건강한 하루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성격의, 다양한 부류를 대상으로 한 공간이 인접되면, 사람들은 아무리 바쁘고 복잡한 도시에 살지라도 그 곳을 걷고, 그곳에 머무는게 덜 부담스럽게 된다.

놀이터 옆 맥줏집. 애들이 놀면서 술먹는 어른들한테 나쁜 걸 배우게 될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이해하는 게 더 많아지지 않을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길가다 보면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대도시의 여느 거리들은 모두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 길을 잘 걷지 않을까. 그건 역시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너무 멀리 떨어진 목표지점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가족들이나 이질적인 성격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그 목표지점에 가는 건 늘 이 되고, 바쁜 도시인들은 그런 추가된 은 꺼린다. 그래서 다양한 공간이 주거지에서, 직장으로 연결의 고리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의 노드 (교착점) 이 촘촘하게 놓여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