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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토론토의 재활용 공간.

토론토 차이나 타운이 시작되는 Spadania 길 남쪽 입구. 그러니까 돔 경기장을 지나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예술과는 그닥 상관없을 것 같은 거리에 한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다.

401 Richmond.


      둔탁한 외관. 예술의 공간임을 알리는 최소의 장치.


1899년에 최초로 지어져서 몇번의 확장을 거쳐 이루어진 이 건물은 애초에 캔 겉면을 인쇄하는 공장 등으로 활용되던 곳이었지만, 1994년 소유주의 파산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재활용 작품이 입구에서 재활용공간을 찾은.. 사람들을 맞이 한다. PET 병 주둥이로 만든 작품


       기존의 배치에 색을 조화시켜 한껏 예술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새롭게 건물을 소유하고, 이 공간을 예술과 관련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사람의 생각은

너무 당연하나, 우리에겐 어쩌면 생경하기 짝이 없는

1. 건물 그대로의 분위기를 살리자
2. 낮은 임대료로 예술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3. 건물을 천천히 개선한다

라고 한다.


     건물전체가 각 공방들이 구석구석 내 놓은 작은 전시물들로 절묘한 복합 전시공간이 된다.


건물은 "공장" 스러운 공간을 그대로 유지한채, 미로같은 복잡한 구조 속에서 각각의 구역이 갖고 있는 넓이와 성격에 알맞게 예술적으로 재 디자인 되어있고, 다양한 예술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있다.
 
                            입주해있는 한 NGO


각 층에 몇개씩의 갤러리가 자리잡고 있고, 중간중간 작은 방들은 아티스트들의 공방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각종 사무실도 있는데, 주로 예술관련 단체 혹은 행사 조직위원회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공간활용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은 Roof Garden, 즉 옥상정원에 있다.





오래된 공장 건물의 어두운듯 한 멋을 지나 옥상으로 통하는 문에 나서는 순간 빌딩 숲을 경계짓는 초록의 공간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저런 배치가 섬세함의 모든것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할때, 그 섬세함은 바로 사람과 공간에 대한 따뜻하고 "느린" 자세가 있기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끔해주던 공간.

                           좀 천천히 가면 안될까..늘. 느리게 느리게. 쉬어가며. 둘러가며.


401 Richmond. 는

우리가 어쩌면 당분간은 갖기 어려운 공간이지 않을까 싶다.

이름 401 Richmond 는 그저 이 곳 주소이다. 별 대단함 없이 그곳에 그냥 그렇게 주소 하나 이름 달고 서있다.

우리는 무슨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다 하면, 온갖 요란한 팀을 만들어서 온갖 요란한 이름을 공모하고, 순식간에 엄청난 물자를 투여해서, 당장에 관광 "상품" 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거 하나 생기면, 그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사진빨" 나온다는 소문하나 듣고는 우르르 몰려가서 왁자지껄 사진을 찍고 온다.

그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과 사람과 예술에 대한 그 어떤 소통도 하지 않는다.

그런의지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으면서 "선진국을 배우세요!" 혹은 "아.. 저기 정말 간지난다" 이러면서 무작정 부러워만하는 것은 참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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