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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도시

복귀: 도시-공간-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여행을 목적으로 간 도시와 업무를 목적으로 간 도시에서 우리의 눈놀림은 사뭇다르다. 이와 비슷하게, 여행을 다닐때와 동네를 다닐때 우리의 눈놀림 역시 다르다. 여행을 목적으로 도착한 도시에서 우리의 눈은 높은 첨탑으로부터 시작해서 문 손잡이에 새겨진 세밀한 조각까지 담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때로는 경배하듯 모두가 목을 젖히고 팔을 높이 들어 사진을 찍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서 지붕들의 색을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찍은 사진을 확인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반응하여 재빠르게 뛰어가 거리의 공연을 절반쯤 보다가 다음 일정을 위해 2층 관광버스에 올라타 거리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다시 다이나믹하게 목과 눈과 팔을 움직이며 기억을 담는다.

 

 

비엔나 외곽 Melk 수도원의 건축 경배인들

 

반면 우리 일상의 동네에서 우리의 시선은 평면적이다. 요즘에야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고개숙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비슷하게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하고 갈 길을 간다. 그리고는 자신의 좌우를 스치는 공간과 사람들을 힐끗힐끗 돌아보며 단순한 눈놀림을 유지한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걸으며, 대수롭지 않게 주변을 살핌으로써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한다. 다음달 열릴 공연 소식과, 도로 공사로 차단될 길과 같은 실용적 정보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거나 새로 단장한 가게의 디스플레이를 보며 유행의 변화를 느끼는 등 다양한 감각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여러방법으로 채워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역시 다양한 정보의 전달자가 되어 다른이들과 소통을 한다.

 

 

수평시선 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사회의 다양한 결을 드러낸다. 서울의 흔한 지하철 환기구의 전단

 

도시공간소통하나의 독립적 학문 영역이 아니라 도시공학, 도시계획, 건축, 커뮤니케이션, 사회학, 인류학 등 수많은 학문들의 영역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요즘 말로 융복합학문이다. 사실 그렇게 여러 학문의 영역에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 연구자들을 비롯한 이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숨을 쉬고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가족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일상공간에서, 우리는 물과 공기와 같이 부지불식간 수많은 소통을 한다. 공간과 공간의 서로의 의미를 규정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카페옆 놀이터는 가족들의 확장적인 공간이되고), 공간이 사람에게 행동을 지시하고 (광장변 노천카페에서는 눈을 마주치고), 사람이 공간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창틀에 놓여진 작은 꽃화분이 봄 소식을 전하고), 사람과 사람은 동시에 한 공간에 공존함으로써  (거리의 공연을 보며 낯선이들과 웃음을 공유하고) 그 공간을 공공소통의 공간으로 만든다.  

 

성북동 골목길 작은 화단

 

도시공간소통을 무언가 정리된 개념과 사례로 보여주기위한 그동안의 많은 노력들이 있어왔다. 매우 시각적인 도시공간이 어떠한 시각신호를 보내면서 사람들에게 소통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이 시각신호를 공간에 어떻게 더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길거리의 포스터에 대한 연구로 부터, 시각효과와 범죄의 상관관계성까지 다양하게 조명되어왔다. 또한 도시의 사람들이 그 공간을 함께 품으며 갖고 있는 집단적 기억들을 어떻게 생산하고 공유하고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큰 축을 이뤄낸다. 기억은 소통의 재료인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점점 늘어나는 외지인 특히 해외이주민들과 도시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겪게되는 다양한 문화간 소통 역시 새로운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한편 하나하나의 건축물과 건물 외벽을 장식하는 각종 광고물, 그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드러내는 조형물 등도 도시공간소통의 매개체로 연구되어왔다. 그 외에도 하나의 미디어로서 정보를 연결하고, 소통을 주선하며,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도시공간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다. 이 공간에서 이러한 다양한 고민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중유럽의 중간규모의 한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고, 고민되고 있는 모습들을 통해 도시공간소통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넓혀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