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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죽거림

보수(라도) 하소서


보수라는 말을 참 많이 쓴다. 보수파란다. 보수주의란다. 보수적이란다.  
개개의 가정에서는 이 보수는 아직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생활에서의 보수는 눈에 보이는듯 하다.

(흔히 자신을 진보적이라 하는 사람중에도 보수적인 사람은 부지기수다. 매일 같은 식당밖에 가지 않는 것도 보수이다. 대학시절을 그리워하며 그때의 감성만을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것도 보수이다.)

중요한건. 그런 보수가 거시 사회적인 측면에서 봤을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수라는 가치 자체에 대해 감정적 거부감을 기반으로 하여, 태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나로서 보수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그 보수가 매일 외쳐지는것에 반해 아주 빈곤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상황이 안타까워서 그저 씨부려본다.
제대로 보수해서 제대로 싸워볼 기회조차도 주질 않으니 말이다. 정신차리고 나와서 붙어보자. 제발.


지금 현실 정치에서, 국제정세에서, 자본주의에서 보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정치에도 없고, 미국에도 없고, 자본주의에도 없고, 전쟁에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보수라 한다.


이라크에서 석유 시추공 뺏고 있는 사람들을
팔레스타인의 최소한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언론을 독점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어린애들에게 시험지를 돌려주며 순서대로 줄세우는 사람들을
아파트 값 올려 잘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사람들은 보수라고 한다. 


그게 뭐가 보순가?
그건 보수가 아니라, 그저 황금만능주의가 가져다준 자본주의의 최첨병..

그저 상인, 그것도 아주 상업의 가장 천박한 원리만 남겨놓은 그저 그들이다. 예전에 global player 라는 뭐 좀 있어보이는 말로 그들을 설명하는 글을 썼지만..

사실 그런 이름을 남겨주기도 아깝기만한. 그냥 그저 돈되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그들이다. 그들은 돈이 된다면 그들의 등에 칼을 꽂아야 마땅한 것도 버젓이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이들이다.

뭐가 보순가? 

보수에는 가치가 있고, 보수에는 지키고자 하는게 명확하다. 그리고 그 집단의 바운더리가 뚜렷하고 그 곳을 벗어나지 않고 스스로에게 만큼이나 새롭게 다가오는 바깥의 것에 엄격하다. 보수는 공격적이지 않다.
지금의 침략적 전쟁, 침략적 자본확장, 침략적 종교전파 이런 것은 보수라는 의미로 분류할 수 없다.
그저 폭력이고, 공격일 뿐이다.


지금 얘네들은 보수가 아니다.

그냥 돈에 환장한 추잡한 기계들이다.

보수라도 해라.. 그래야 제대로 싸워보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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