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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나이아가라. 주변부의 가치


(뭐. 나이아가라에서 폭포 빼고 구경하기와 같은 특이하다기 보단 바보같은 짓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목적지"가 되지 않는 곳에 대해 돌아볼뿐)

그렇게 루이스톤을 지나 영스타운으로 (Youngstown)조금 더 올라가면, Fort Niagara 가 나온다. 

1812년 캐나다를 점령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은 지속적인 영토 설정 문제로 전쟁을 벌였고, 뉴욕주 일대는 온통 그 전쟁의  흔적이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다. 바로 좁은 강 건너 캐나다를 마주하며 지루한 전쟁을 벌였을 그 곳은 그래서인지, 강화도의 여러 진지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메리칸 원주민에게 온갖 회유와 당근으로 전쟁참여를 독려하고 결국 전선에서 막심한 인명피해를 안겼던 두 점령자의 전쟁에 대해 경의를 표할 생각도 없거니와, 전쟁에 대한 메모리얼이 나라의 정통성인 마냥 형성되어있는 근대의 민족주의에 대한 심리적 반감에서 "강화도 전쟁유적지 둘러보기" 와 같은 일도 그닥 즐거워하지 않는지라, 포트 나이아가라 자체에 대한 관심도 흥미도 별로 없다고 얘기하면
또 깐깐하고 경직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달갑진 않지만, 사실은 사실인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도 더 이 곳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것은 너무 단정하게 정돈되었다는 점이고, 실제로 내부에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은 그 규모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0불에 육박할 듯 하다)

내가 다니던 학교 우리과에서 이쪽 발굴을 담당해서, 대충 아는 사람 이름대고 들어가 본적은 있지만, 도통 머스킷과 같은 옛날 총이나 전쟁 용품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미국도 아는 사람이 통한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쪽 동부의 숲들은 인공조림인지 자연숲인지 분간이 안되는 숲들이 참 많다. 그 조밀함 때문에도 그렇고 그 크기 때문에도 그렇다. 밀었다가 다시 세웠다면 다행이고, 밀지 않고 남겨놨으면 그나마 기특하다.


좁은 강을 건너면 캐나다에 손쉽게 도달할 수 있는 관계로 이곳에는 작은 국경 사무실 비슷한 선착장이 있고, 거의 사람의 흔적을 본적은 없다. 십수번을 가봐도 바쁜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안바쁘다는 것이다. (도대체 사진들이 다 어디로 간건지 찾을 수가 없다. 참 불성실한 기록이다)

결국 포트나이아가라에 대한 관심은, (즉 나이아가라의 주변에 있는 포트나이아가라에 대한 관심은) 그 주변에 펼쳐져있는 공원과 온타리오 호수 변 잔디밭으로 돌려진다.

      사진이 각종 분뇨들을 다 구현해낸다면 예술도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거대한 물 옆의 푸른 풀밭은 쉽게 상상이 되면서도 현실에서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보통은 모래밭이나 바위가 있기 마련이고, 한국의 경우 횟집이나 노래방이 있다.

다른 호수에 비해선 작지만 여전히 오대호인 온타리오의 거대한 물 옆에 펼쳐져 있는 이 푸른 풀밭은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갈매기와 거위 똥에 범벅이 되어있지만 사람 똥과 개똥을 제외하고는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서인지 그냥 걸을 만 한 곳이기도 하다. 뭐 자연친화적인 미국아이들은 원반을 던지면서 뒹굴기도 하지만, 거..거거긴까진 조..좀..



대체로 잔잔한 물과, 조용한 공원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시간을 보내기 참 좋은 공간이다. 호수를 북쪽으로 품은 곳이라 여름 한철을 제외하면 슬슬 스며드는 한기가 대단한 곳이라 옷을 단단히 챙겨서 가야 하는 곳이지만, 여전히 넓게 펼쳐진 공간들은 몸을 덥힐 수 있는 다양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바다 같은 호수가에 서서 잔잔한 날이면 물수제비도 뜨고,  바람이 많은 날이면 꽤나 높이 올라서는 파도소리도 듣는다. 맑은 말이면 신기루 처럼 보이는 캐나다 토론토의 다운타운을 보면서 멀리 고향 서울을 떠올린다는 것은 뻥이지만 말이다.


      멀리 토론토. 호변을 따라 돌아가면 한시간 반이 걸리는 저 곳.  


그리고 물이 많은 이 곳 포트 나이아가라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자연숲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주말이면 많은 가족들이 축구를 하고 바베큐를 굽는 곳이기도 하지만, 미국 여느 곳이 그렇듯 분주함을 느끼긴 쉽지 않다. 넓은 공간에서 그저 자연을 좀 더 편안히 느끼면 그만이다. (아마도 미국와서 처음으로 미국애들이 성인이 되어 "보는 스포츠 팬 (주로 미식축구)" 이 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즐기는 그 축구를 가장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았다. 수십면의 축구장이 가득차 온가족이 아이들을 응원한다. 물론 이 "사커" 로 비롯되는 가족주의가 미국 보수주의의 한 축이 되는 힘일 수도 있음은 아쉽기도 하다)

그렇게 나이아가라를 이루는 공간들의 북쪽 끝까지 올라왔다.


       포트 나이아가라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