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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

Red Cup Coffee

끼리끼리 논다. 끼리끼리 모인다. 라는 말은 미국 이라는 나라에서 참 손쉽게 적용된다. 뭐 얘네도 birds of a feather flock togheter 라는 말이 있는거 보면 인지상정인것이 확실한듯 하다.

한국같이 좁은 곳에 모든 것이 몰려있고, 그러다 보니 공간 자체가 이데올로기적으로도 계급적으로도, 그리고 그냥 성격적으로도 분리되기 쉽지 않은 곳은 얼핏 끼리끼리 모이기 쉬울듯 하지만도 더 어려운게 사실이다.

반면 이 넓은 공간에 띄엄띄엄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체취를 찾아 멀리멀리 날아가 같은 둥지에 웅크리고 앉는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고 두뇌에도 여유가 없으신 많은 분들이 월마트와 맥도널드에 안착하듯 말이다.
(물론 이 끼리끼리 넓은 공간을 자 대듯 나눠서 살고 있는 것은 지극히 미국적인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블록별로 나눠서 살고 있는 인종들 -무지개처럼 나눠져서 살고 있는 다른 색들-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이 중부 한가운데, 카우보이와 red neck의 도시에도 생각할게 참도 많고, 비슷한 것은 참 불편하고, 똑같은 반복에 진저리내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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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Cup.  

오클라호마시티 23번가와 Classen은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받아들였던 많은 베트남 이민자들의 공간으로 (enclave까지는 아니고 그저 각종 동남아 상권이 형성되어있는 정도이다) 알려져있고, 아마도 베트남 밖에서는 제일 맛있는 쌀국수를 파는 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식당이 있는 그런 곳이다.

그런 아시안 구역이 가장 끝부분에 뭐라 딱집어 말할 수 없는 녹색으로 칠해진 허름한 집에 자리잡고 있는 Red Cup 은.. 어느 대도시에서도 한두개는 꼭 찾을 수 있는 "각종 중고가구가 어지러이 배치되어있는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카페" 이다.

이렇게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비슷한 패턴의 커피숍들이 많다보니, 이것도 역시 유행이요, 유사 패턴이 존재한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 중고가구의 성격과, 그것을 담고 있는 공간적 성격 (집, 점포의 구조), 그리고 커피의 다양성때문인지 여전히 어디를 가도 새롭고 독특하다.

Red Cup 은 특히 그 이름에서도 색의 이름을 사용해서 그런지, 색의 독특한 조합이 좋은 곳이다. 대체로 중고가구가 품고 있는 체리우드 색과 황토 빛때문에 유사해지는 우중충함을 지워내는 과감한 몇몇 원색들의 배치는 이 공간을 매우 "다른" 공간으로 형상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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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다른 이런 "류"의 커피숍과는 달리 좁게 들어찬 테이블들이 불편한 감을 주긴 하지만, 사람들을 서로 구경하기에 좋은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런 공간은 사람 구경이 반이기도 하다. 하긴 내겐 아직도 월마트에 오는 사람들의 행색이 더 신기하긴 하지만 말이다)

대체로 이곳을 찾는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평범한 학생들이고, 단지 얼굴이나 몸에 구멍이 좀 더 뚫려있고 그림이 좀더 그려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탑골공원의 할아버지들과는 전혀다른 세련됨으로, 자신 스스로를 조금 더 소중하게 꾸미고 다른사람과 생각의 나눔을 갖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아쉽게도 사람들 얼굴 사진은 쉽질 않다. 너무 다들 가깝게 앉아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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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대단히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 앉아 모두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때문에 그 공간이 다른곳과 대단히 다르게 형성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 18세기의 살롱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주 대단히 똑똑하고 다른 사람들이 모여 떠든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 다른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군데 군데 모이다 보니 참 많은 새로운 생각들과 상상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는지..Red Cup 에 앉아 생각해보게 된다.

여전히 그 곳에 앉아서도 페이스불 업데이트에 열광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또..무념무상에 잠기기도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