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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

커피집.. 동네가게의 선봉장들.

자세히 조사를 해가면서까지 블로그에 글을 쓸만큼 부지런하지 않은 관계로, 그 정확한 사실 관계가 어떠한지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피상적으로만 보아도 커피는 다른 어떤 먹거리 상품들보다 유통망이 다양하고, 또 그 만큼 대안적인 소비행위가 활발한 품목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기호식품이라는 이유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미국 보다는 유럽 중심의 소비에서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미국보다는 그나마 체인 대기업의 장악 범위가 작을 것이라는 그저 추측이지만 말이다.  

(취향은 취향이니만큼 왈가왈부하는 것은 우습지만, 미국인들의 커피취향을 대략 보았을때 커피의 맛에 집착하는 듯 하진 않다. 일단 일반적으로 굉장히 묽게 마시는 경향이 있고 -이는 에스프레소 + 물 = 아메리카노 라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 또 설탕과 크림을 역전 다방 만큼 넉넉하게 이용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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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y Owl 의 라떼.

또 어쩌면, 그 자체가 워낙에 값이 싼 대량 생산 농산물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원가가 워낙 저렴하니, 유기농 공정 무역을 통해서도 가격경쟁이 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역시 추측이다. 물론 공정무역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임금이 농장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어쩌면 아직 "제대로 대안적" 이지 못해서 대형체인들과 경쟁이 가능한 지도 모른다.

이유는 너무 많겠지만, 어찌하였든 커피숍 만큼은 다른 식품 관련 산업 중에서 가장 "동네가게"로 분류될 수 있는 상점이 많고, 또 그 각각의 가게들이 나름의 다른 산지의 커피콩과 로스팅 기법으로 "비슷함의 지루함"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워낙에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최근 마지막으로 한국에 다녀온 이후의 일이라 한국의 커피 사정에 대해서는 밝지 않다. 다만 이 곳 보다도 스타벅스, 커피빈 등의 체인점이 조밀하게 있다는 점과, 비싸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계동에서 중앙고등학교쪽으로 올라가는 오래된 골목길에 있는 커피한잔이라는 촌스런 이름의 간지절절한 커피숍을 기억하고 성곡미술관 앞의 그 집도 기억한다. 그만큼 여느 곳이든 커피집은 나름의 다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Norman 은 University of Oklahoma 가 위치하고 있는 일종의 대도시 외곽에 위치한 대학타운이고 호기심 많아서 말많고 책읽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 만큼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곳이다. 물론 동, 서부의 대학 타운에 비하면 이 중남부 보수적인 주의 섬과 같은 이 도시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게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곳에는 몇몇 동네 커피 가게가 있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Plaid, Michellangelo, 그리고 Gray Owl 이다.

Gray Owl 은 가장 최근에 생긴 커피숍인데, 약간 외딴 곳에 있고, 워낙에 부동산 가격이 싼 동네라 그런지 넓직 넓직 창고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여느 이런 류의 커피집들과 마찬가지로 (지난번 언급한, 또 나름의 패턴) 각종 중고가구가 놓여있고, 잡지와 신문 간단한 게임 도구들이 있어 소파 주위에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해준다.

그리고 아무래도 학교 근처의 커피집이다 보니, 다른 곳 보다는 훨씬 도서관스러운 책상들을 많이 들여놓았다. 물론 학교 바로 앞 Plaid 는 학생들 사이에서 "Plaiding" 이라고 불릴 만큼 대안 도서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이곳 Gray Owl 도 나름 도서관 기능을 한다. 물론 모여있는 학생들의 "외관" 은 진짜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곤 하는 이들과는 매우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풍부하지 않는 한, 도서관 지하에서 파는 스타벅스 커피가 그리 지루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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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Gray Owl 은 일반 커피맛도 좋지만 (사실 커피맛을 평가할 만큼 하이혓바닥도 아닌데다가, 이런류의 커피집들은 때때로 커피콩이 바뀌기 때문에 평가를 하려면 매번 해야 한다) 아마도, 이 일대에서는 최고의 라떼를 만들고 있는 점이 이 곳을 더욱 독특하게 만든다. 한국돈 3000원 남짓의 이 곳 라떼는, 허여멀건하게 우유미숫가루같은 색을 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라떼와는 비교하는게 무례스러운 향과 깊은 맛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커피집들의 특징은 그 지역 예술가들, 시민 단체들, 각종 대안 매체들, 이벤트들의 네트워크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 한국 대학가에 있던 사회과학 서점들이 하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삐삐 핸드폰이 보편화되기 전사람들의 모임을 연락하는 기능은 물론, 각종 운동조직들의 조직문건까지 주고 맏을 수 있던 그 시절 사회과학서점의 2000년대 미국판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도 그런 사회과학 서점들이 대학가에는 아직 존재한다. 이 극보수 지역엔 없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이제 대부분 없어져 사회과학서점이란 이름에 시비거는 것도 무의미하겠지만, 사회과학은 기본적으로 주류 실증주의가 유포해낸 용어인 만큼 사회과학서점 본연의 성격과는 맞지 않다)

이러다 보니, 조금 다른 취향의 사람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 새로움을 창조해 가는 사람들의 현대판 살롱이 되는 곳이 바로 이런 "동네 커피 가게" 이다.
그 생산과 소비의 성격이 아직은 완전치 못하겠지만, 그 것이 갖고 있는 다름의 성격들을 늘 새로운 다름으로 창조해가는 공동의 노력이 있는 한 가장 선도적인 동네가게들로 자립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역시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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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 별로 소통은 안하셨다. 뭐 모르는 사람이겠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