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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

유기농. quality. 가격. 부의 향유. 계급 : Tulsa, Center 1 Market


털사의 Center 1 이라는 플라자는 그 모양 자체도 세련되어있고, 그 곳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 자체도 상당히 높은 생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바로 뒤편으로는 저택들이 늘어서있고, 고상한 취미들을 발산할 수 있는 Philbrook 미술관도 있다.

그곳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구멍가게 Center 1 Market 에 들러보았다. 운좋게도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그곳을 소유하고 있는 두 젊은 남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케이터링 서비스 나가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음식도 조금 맛볼 수 있었다)



특히 John 이라는 이름의 이 가게 공동소유자는 이런저런 가게나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원래 이 가게가 시작된 것은 털사지역의 빵만드는 사람, 농장주, 요리사, 향신료제조하는 사람들이 조합형태로 시작한 가게였다고 한다. 그리고 두달여전쯤 둘이서 이 가게를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살사, 바베큐 소스등 남부 지역적 특성이 살아있는 음식들은 지역에서 공급을 받고, 대부분의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음식들은 유럽에서 직수입을 한다고 한다. 아직도 미국내의 유기농관련 업체들이 질적인 면에서는 유럽보다는 뒤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물류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한꺼번에 주문을 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가게가 텅텅 비는 일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던 지난 토요일이 거의 그런 시점이었다. 듬성듬성 놓여있는 많지 않은 종류의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John 의 말을 통해 이런 가게가 갖고 있는 딜레마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가격을 맞춰서 판매하려고 욕심을 내면, 질적인 측면이 보장이 안되고, 자기들 처럼 질적인 측면을 중요시 생각하다 보면 가격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한정된 소비자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농담처럼..나도 이런가게 하나 했음 좋겠다고 하니.. 한숨을 쉬면서 돈이 아주 많다고 생각했을때 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가게의 성격은 가게의 위치와 결부될 수 밖에 없고, 조금 가격을 낮춘 유기농 가게들은 이 지역이 아니라 다른데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곳 Center 1 Market 은 그 운영 형태가 조합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긴 하지만, 거의 Owenership 에 가까운 의미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여느 상점과 다름없이 물건을 "떼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런 운영 방식에서, 질적인 측면을 강조하다보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듯 하다. (실제로 상당히 비쌌다).


아 이분은 John 이 아닌 다른 공동소유자로 요리 담당이시란다. 연휴주말이라 케이터링 주문이 있어서 한참 만드느라 긴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서던 스타일과 멕시칸 스타일의 퓨전 샐러드를 상추에 말아먹는 독특한 랩을 만들고 있었는데, 우리에겐 조그만 바게트 빵에 올려서 맛을 보게 해주었다.


여전히 이런 동네 가게들의 대안적 소비는 소비자의 역할에 더 충실하다. 실제로 시장 가격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결국 이런 경우 일부 부자들의 "향유" 혹은 "자선사업,"  그리고 그 흔한 "well being" 실천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오클라호마에 살면서도 곳곳에서 일주일에 한두번 열리는 Farmers' Market 들에 다니곤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오픈된 오일장 같은 직거래 시장의 가격도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전 다녀온 Santa Barbara 에서 우연히 지나치게 된 대형 Farmers' market 역시 우리에겐 버거울만치 비쌌다.  

이부분은 어쩌면 미국 정치경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보수정치가 양당정치라는 기제를 통해 고착화된 상황에서, 대안이라는 것이 형성되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로 고도화된 자본주의 시장이 안정적으로 독과점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시장 체제 속에서의 대안 네트워크 형성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털사 인근 농장에서 온 농산물들이 섞여있다. 물론 열대 식물들은 산지에서 온다고 한다. 계절과 산지는 자연에 따르는게 질을 높이는 비결이라는 아주 평범한 이론이다. 근데 그게 참 쉽지 않다는 것과, 시장의 가격, 그리고 그것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사회경제적 Status 의 문제는 매우 복잡한 계급 문제이다.


60-70년대 대중운동의 실패, 그리고 보수 진영에 의한 장악. 신자유주의의 "체화" 를 겪은 미국 사회에서 스스로 고립한 지식인들의 독특한 생활 양식 처럼 자리잡은 "대안 유통"의 자폐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실패의 과정에 있어서도 미국 지식인층의 자위적인 고립은 꽤 크나큰 결정적 역할을 한게 사실이다-자신의 다름으로 해방을 추구하려던 지극히 서구 개인주의에 기반한 운동은 결국 30년 후 유기농, 지역산품들을 자기 뱃속으로 넣으면서 사회적 의무와 대안적 삶 두가지를 실천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형태로 나오고 있다고 볼 수 도 있다.

대안적 네트워크의 형성과 지역성 형성에 관한 부분은 결국 계급에 기반을 두지 않는 한 이와 같이 일부 그룹의 폐쇄적 유토피아 건설 이상의 의미가 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동네가게들이 그 독특한 외관과, 자연과 교감하는 음식들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의 네트워크에 더해 계급적으로 더욱 보편적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일반대형체인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샐러드들을 만들어서 팔고있다.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일종의 반찬가게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독특한 것을 즐길 수 있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