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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산. 숨죽이고 바람봄.


옐로스톤 남쪽으로 얼마 가지 않으면, 또 하나의 국립공원이 등장한다. 설악산 아래 오대산 있는 정도랄까. 그런 연결된 능선의 느낌은 없지만, 거의 경계없이 연결 되는 곳.
Grand Teton 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에 처음 왔을때, 한 당구장에 걸려있던 티톤의 사진을 보고 '저긴 꼭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 기억을 해본다. 그 이후로 사실 와이오밍 언저리의 지도를 바라볼때면 옐로스톤보다 티톤의 위치를 더 먼저 확인하곤 했다.

예전에 중국 신장에 있는 천산산맥을 처음 봤을때의 감동. 설산. 깎아지른 듯한 설산을 바라볼때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히말라야나 알프스에 익숙지 않은 내게 티톤은 그저 그대로 로망이었다.

그곳 티톤은 그 뾰족한 설산과 정지된 호수의 조화. 내 상상 그대로 그 곳에 있었다. 8월의 어느날임에도 불구하고 만년설은 산이 갖고 있는 미적 잠재성을 극대화하면서 호수와 침엽수림과 함께 기막히 조화를 만들어낸다.


산은 늘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산을 보았을때 아.. 산은 그저 바라봄으로도 산이구나 하는 생각을 비로소 갖게 된다.



굽이 굽이 돌아돌아 호수와 산과 숲과 그리고 인간들의 길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티톤은

인간에겐 "일정 schedule" 이라는게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원망스러워지는 느낌을 준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호숫가의 산을 바라보며, 그 곳을 뛰어다는 아이들을 보며.. 그저 그렇게 있는게 행복했던.

grand teton. 을 다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