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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죽거림

유성기업. 언론의 폭력.

대학교 다닐때, 아마도 정치과정론이라는 수업이었던 것 같다. 기말 페이퍼로 1994년의 지하철노조 파업당시 언론 보도에 대해서 썼던 기억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철 노조 파업당시 신도림역 플랫폼 풍경을 담은 사진을 거론했었는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지옥철의 끝 신도림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한 시민의 절규하는 사진을 노조파업의 탓으로 돌리는 사진이었다.

그게 1994년. 어쩌면 그 당시보다, 노동유연성의 정도는 더 심해지고, 사회안전망도 훨씬 약해졌으며, 대기업중심의 자본구조는 전혀개선되지 않은 2011년.

한 작은 기업에서 일어난 파업에 대한 거대 언론들, 촌지로 연명하는 언론들, 대놓고 기업들 편에 서는 언론들, 그리고 그 언론들의 선정적 문구들을 대문에 척척 걸어주는 거대 포털 사이트들을 보며 진저리가 느껴져 이죽거려본다.

한국사회, 성장과 경제발전이 지난 40여년의 핵심 상징으로 이데올로기화 되어온 한국사회에서 성장방해 요소는 빨갱이와 비슷한 기호적 효과를 갖고 있다. 즉 성장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반국가적"이며 "국익에 해를 끼친다" 는 국가 동원경제 체제의 전형적 논리가 적절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화된 기호는 지속적으로 거대 언론들을 통해 유포되어 (물론 신자유주의와 국가주의를 탄력있게 운용하는 보수정치집단들에 의해서도 유포되고)  "가동중단" "생산차질" 이라는 기호의 사회적 의미가 형성되며, 때로는 더 직설적으로 "불법파업" 을 운운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잠재적 공포를 심어준다. 

거대언론들의 유성기업 관련 사설들만 제목을 한번 뽑아보면 이렇다. .  

조선일보 [사설] 1000원짜리 부품 하나에 멈춘 자동차 산업
한국일보 [
사설/5월 24일] 자동차 생산 멎게 한 부품업체 불법파업 
세계일보 [사설] 자동차산업 볼모 삼은 불법파업은 안 된다
국민일보 
[사설] 부품업체 하나 때문에 車산업 타격 받다니

일반 다른 기사들까지 뽑자니 좀 귀찮으리만큼 동어반복이 심하다. 실제로 관련 기관 사이트들을 직접 찾아들어가지 않고서는 몇몇 진보진영의 언론 그리고 경향 한겨레 정도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는 파업의 실질적 원인이 이러한 거대 언론들, 특히 지면신문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보도에 대해서 굉장히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이념스펙트럼의 지점들이 인터넷 상과 오프라인 상에서 크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이러한 언론의 보도행태는 그 차이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여하튼 요약을 해보면 저들의 주장은 "1000원 남짓한 작은 부품 그깟것을 만드는 회사" "불법파업" "생산차질" "국가 경제 타격" 이라는 말들을 기호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1000원 남짓한 작은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불법파업으로 인해 겪게 되는 생산차질과 국가경제에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 공권력 투입에 대한 자연스런 합리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디에서도 도대체 그 1000원 남짓한 작은 부품 만드는 회사와 노동자의 목을 왜, 어떻게 현대자동차가 죄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오직 일부 언론에서만 일부러 찾아야만 볼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언론들의 노골적 줄서기는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냥 받아적는 언론같지 않은 언론들을 탓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항상 더 문제는 언론자본들에게 있음을, 그래서 결국 인터넷 밖의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은 게릴라전같은 노력이 있어야 함을 또 절감하게 된다.


짤방. 과잉된 정보.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의 신화 속에서 우리는 지극히 왜곡된 정보의 늪속에 빠지기 쉽다. 정보의 해방은 정말이지 절실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