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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

keep it local


돈이 차고 넘치시는 분이 취미삼아 연 가게가 아닌한, 동네가게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장사가 그렇듯 손님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일일 것이다. 월마트 같은 대형 마켓이야 굳이 부르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가는 것에 더해 광고에 전단지 쿠폰까지 자본의 물량으로 손님을 확보하는게 별 어려움이 아니겠지만, 간판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별 수단이 없는 동네가게에게 마케팅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장사라는 것을 한다면 당연히 마케팅은 있어야 할 것이고, 고객의 확보는 필수적인 일이 된다. 이 역시 개별의 노력에만 맡기는 것은 우리 동네가 우리 동네만의 색을 유지하는 작업을 또 개인의 영역으로 한정짓는 일이 된다. 조합화된 동네가게가 아닌 개인들의 동네가게인 현실적 한계는 있지만, 느슨한 수준의 협력으로도 동네가게의 생존능력을 향상시킬 수는 있다. 최소한 생존의 노력만큼은 함께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여기 오클라호마시티 메트로 지역 (OKC, Norman, Moore, Edmond 등) 에는 Keep It Local OK 라는 일종의 동네 상인 네트워크가 있다. 가입된 가게에는 스티커가 붙어있고,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되고 쿠폰이 제공되기도한다.


물론 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데에도 이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일종의 공동 상품권을 만들어서 팔고 이 상품권으로 각 가맹 가게에서 구매하는 형식을 띠고 있는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한 형태이다. 한국에서도 몇몇 재래시장이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현실적으로 동네가게의 생존력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쓸만한 방법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문제가, 개인 소유의 동네가게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치명적 한계인 높은 가격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여전히 한정된 수요와 제한된 공급선에 의존하는 한, 그래서 시장의 원리에 따르는 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와 같이 동네 상인들의 네트워크가 동네 가게의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 한편, 몇몇 인터넷 사업체가 동네 별로 쿠폰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사업이 요즘 인기이기도 하다.

Living Social Groupon 이라는 사이트인데, 가입해서 거주 지역을 설정하면, 매일 그 지역에 있는 한두가지의 상점의 쿠폰을 가입자들이 공동구매를 하는 형식인 것이다. 예를 들면 15불짜리 동네 식당 바우쳐를 사면 가서 30불 어치 먹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딱히 Local 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사실 대단히 인터넷 대기업스러운 광고 공세를 한다) 한 지역을 한정지어 설정하는 것이나, 주로 제공되는 쿠폰들이 낮은 인지도에 힘겨워하는 동네 가게들인 경우인 것을 보면 동네의 네트워크를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없지 않은 듯 한다. 즉 동네가게들과 사이트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가게 입장에서야 프로모션자체가 몇개월에 한번일 뿐이고, 나름 강력한 인터넷 기반 때문인지 보통 한 가게 쿠폰 구매자가 몇백명을 넘어서곤 하니 이름도 알리고, 박리다매로 돈도 좀 벌고 하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중계 사이트가 수수료를 어떻게 가져가는지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다) 

한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쇼킹온, 위폰 등) 하지만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이러한 서비스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에서의 local, 동네의 의미가 무엇일까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인터넷서비스도 마찬가지이고 이러한 개념의 사이트도 역시 서울 중심으로 돌아간다. 기껏해야 수도권까지 그리고 부산정도만 자신들의 독자 영역을 구축할 뿐이다. 쿠폰이 판매되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지역 설정이 따로 되어있지도 않고, 올라오는 쿠폰은 거의 서울지역의 상점들 뿐인 것이다.

결국 모든 것들이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토대위에서 그 문화의 외피역시 서울것이 우리것으로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역의 동네 가게들은 그 지역의 어떤 네트워크도 없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며,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인터넷에 들어가면 저 멀리 서울 가게들의 쿠폰만을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그 가게들을 알리고 있는 문구와 이미지들이 신도시 상가 밀집촌의 간판들마냥 어지럽게 난삽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동네가게라 함은 그저 동네 주민이 연 가게일 뿐, 그 지역이 획일화 되는 자본과 시장의 흐름에서 어떻게 조금이라도 다름을 유지할 수 있는가와는 전혀 무관한 개인 사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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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이트를 소개하다보니 또 다시 동네가게의 정의를 정확히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동네사람이 소유한 그냥 동네가게
동네에 있는 가게이고 동네사람이 소유한 가게이긴 한데 요즘 유행하는 그런 가게
동네에 돈이 차고 넘치고 할일은 없어서 말친구가 필요해서 연 가게
동네에 돈 좀 있으신 분들이나 상상할 법 한 물건들을 가져다가 파는 가게

이런 동네 가게는 많지만, 이곳에서 찾고자 하는 동네가게는 
그 동네에만 있는, 그리고 그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그래서 그 동네가 유사함의 물결 속에서 다름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소통이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가능할까? 같은 질문의 반복은 긴장을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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