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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죽거림

미국 기독보수와 한국 수구세력의 생태계 형성

공화당 경선이 한창이다. 아무래도 '공화당' 경선이다 보니 그닥 열심히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결론이 날듯 날듯 여전히 질질 끌고가고 있는 모양새가 수상하여 좀 더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수상한 모습이 한국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듯 하다. 

각설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좀 간편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롬니가 여전히 대세인 듯 나아가지만 샌토럼의 추격에 곳곳에서 맥이 끊기고있는 형국. 이 형국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이전 공화당 정치와 조금 다른듯 하다.

즉 Bible Belt 라고 불리는 남부 기독교 보수 정치지형을 중심으로 한 근본주의적 보수주의와 연관이 있어보인다. 실제로 롬니는 보수 기독교 지역에서 약세를 보이곤 하는데, 그가 정통교단이 아닌 몰몬 배경인 점도 있긴 하겠지만, 더 정확하게는 그가 그 근본주의적 보수가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하면, 롬니가 대선에서 오바마를 이길 수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다수가 샌토롬이나 깅그리치를 찍었는데, 그 이유가 보수주의의 가치에 중시했기 때문이란다. 즉 이념적 선명성에 정치공학적 가능성보다 더 많은 가중치를 둔 것이다. (관련 뉴욕타임즈 사설  http://www.nytimes.com/2012/03/15/opinion/divided-on-the-right.html )

오바마 정권 등장 이후, 반오바마 혹은 반민주당, 반리버럴의 논의 주체가 티파티에게 넘어갔지만, 사실 큰 성과없이 (물론 상대적으로 보면 엄청난 성과로 오바마가 제대로 된 개혁을 하나도 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라 패일린이나 미쉘 바흐만 같은 정치인의 발판만 만들어주고, 그렇지만 그들 역시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채 배회하는 수준을 못벗어난 공화당 진영의 이런 모습은  좀 더 진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신자유주의의 치부가 온통 다 드러나있고, 담론의 중심이 occupy 를 비롯한 리버럴 (혹은 좌파) 로 넘어와있는 상태에서,  현실 정치경제에 설득력있고 매력적인 정책을 내 놓을 수 없는 공화당 진영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원론적 보수주의에 기반한 가치/이념 정치는 장기적으로 미국 정치 지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고한 양당 정치를 보았을때, 이 세력이 독자 정치세력화 할 리는 만무하겠지만, 각종 선거에서 (특히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에서의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트를 쥐며 내부 세력화 될 경우의 변화는 쉽게 예측 할 수가 없다. 양당제가 만들어낸 선명하지 않은 양당간의 정치적 차별성은, 상대 진영에서 그 어떤 종류의 후보가 등장하더라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를 언제든지 연출할 개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근본주의적 기독교 수구세력들이 정치 세력의 정점까지 올라갈 가능성 조차 남게 되는 것이다.

뭐 이쯤되면 좀 오바하는건 아닌가 싶지만, 그 생각을 하게 된데에는 한국 정치와의 묘한 대조가 가능해서 그렇다. 

미국의 기독 수구세력의 대척점으로 삼을만한 한국의 정치세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반북 수구세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여기서 반북 수구세력은 '북한' 에 대한 판단을 이데올로기의 중심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광의의 반북 보수 세력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의 주장들은 정치권에서 손쉽게 사용되는 양념같은 존재이며, 종종 한국 정치판을 뒤흔드는 사건들을 터뜨리곤 하지만,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정치적 생태계를 구축하진 못해왔다. 그들이 여론을 몰아주더라도, 결국 정치의 전면은 반북과는 특별히 상관 없는 개발세력들의 차지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박근혜 중심의 새누리당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현재 한국의 선거판은 민통당의 지치지 않는 삽질로 인하여 점점 알 수 없는 형국으로 진행되지만, 정서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새누리당의 집권이 넌센스인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지금 한국 보수 (수구)의 정치-경제 논리 자체가 동의될 수 없는 수준이며, 차별점으로 들고 오는 것들이 일반의 설득력을 가져다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올해의 양대 선거 이후, 한국 정치 지형에서 전통적 개발 보수 세력의 쇠퇴를 예측케 해주며, 그 쇠퇴는 새누리당 주변지형의 복잡한 생태계가 등장할 가능성도 시사한다. 그 중 두드러지게, 미국의 경험을 조금 빌어다 과장해본다면, 이념적 선명성으로 무장한 반북 수구세력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캐스팅 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념적 선명성으로 수구가 세력화 된다는 것은, 선명하지 못한 정치 과정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오바마의 미국이 그렇듯, 과거의 노무현, 그리고 민통당의 한국이 보수세력과의 차이의 정치, 구축의 정치를 제대로 실현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선명성을 근간으로 한 정치집단의 세력화에 토양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복잡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