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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

시골과 문화. 자본의 흐름. Darcy 님께서 서울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당진에 계시면서 시골의 문화적 빈곤을 푸념하셨기에.. ㅎㅎ 그냥 몇자 끄적여본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내가 이야기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한국에서 말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군에 들어간 이후에야 서울을 아주 살짝 벗어나 경기도에서 살았지만, 학교도 직장도 다 서울에서 다녔던 내게 "한국에서 지방살기" 가 정녕 무엇인지 안다고 얘기하면 "ㅉㅉ 서울쉑히" 라는 말을 들어먹기 딱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미국 생활은 철저하게 시골의 삶이었고, 뉴욕과 같은 도시와 시골의 문화적 격차는 한국과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보니 꽤나 경험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싶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격차가 다른 차원이라고 한.. 더보기
거꾸로 가기. Upstate New York 처음 버팔로에 도착하고, 학기 시작전 준비할 요량으로 등록했던 두달 어학연수를 이틀째에 곧바로 취소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과도한 숙제, 자꾸 이것저것 시키고 말하게하는 수업.. 에 대한 부적응이 가져다준 두달간의 환상적인 휴가였다. 그래서 미국생활, 그 유목스러움이 시작된 것 같다. 시작을 유목으로 해서. 지도를 펼쳐들고 제일 먼저 궁금했던 곳. Upstate New York 이라고 불리는 지역이었다. 온지 얼마되었다고 벌써 고속도로 지루해하고, 작은 국도 따라 구비구비 돌아볼 수 있는 지역을 찾다보니 중간중간 길쭉한 호수들이 뻗어있는 그 곳이 궁금했던게다. 뉴욕주가 생각보다 넓어서 (버팔로에서 뉴욕까지 7시간이 넘게 걸리니 꽤 넓다..) 보통 세파트로 나뉘어서 불려지는데, 버팔로쪽 서부 뉴욕은.. 더보기
나이아가라. 주변부의 가치 (뭐. 나이아가라에서 폭포 빼고 구경하기와 같은 특이하다기 보단 바보같은 짓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목적지"가 되지 않는 곳에 대해 돌아볼뿐) 그렇게 루이스톤을 지나 영스타운으로 (Youngstown)조금 더 올라가면, Fort Niagara 가 나온다. 1812년 캐나다를 점령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은 지속적인 영토 설정 문제로 전쟁을 벌였고, 뉴욕주 일대는 온통 그 전쟁의 흔적이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다. 바로 좁은 강 건너 캐나다를 마주하며 지루한 전쟁을 벌였을 그 곳은 그래서인지, 강화도의 여러 진지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메리칸 원주민에게 온갖 회유와 당근으로 전쟁참여를 독려하고 결국 전선에서 막심한 인명피해를 안겼던 두 점령자의 전쟁에 대해 경의를 표할 생각도 없거니와.. 더보기
Buffalo, 쇠락의 도시. 요즘같이 시절이 어수선한때 한가한 글을 쓴다는게 죄스럽지만, 밤새 어떤 장소에 대한 꿈을 잔뜩 꾸고 일어난 아침 그 곳의 사진들을 들춰보는건 인지상정이려니 하고 글을쓴다. 집앞. 눈내린 이리운하의 순백. 벌써 기억의 공간으로 되어간다. 그러고보니 4년이 넘어간다 그곳을 떠난지도. 처음 발을 딛을때의 약간의 두려움, 약간의 설레임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그도 벌써 7년이 되어간다. 3년간 참 많은 생각을 만들어주었던 공간. 눈의 도시. 쇠락의 도시. 움츠린 어깨들. 거대하게 비어가는 슬럼. 그 곳에서 알바를 하던 시절.. 보았던 희망없는 흑인들의 삶. 1센트를 주워 모아 마리화나를 사는 사람. 9명의 모든 다른 인종의 자기 자식을 데리고 다니는 아줌마. 이리호변 거대하게 죽어있는 항구의 모습 만큼이나 무.. 더보기
Ice Wonderland. 오클라호마 올 겨울은 안오는가 싶던 ice storm 이 드디어 찾아왔다. blizzard 라고 불리는 눈폭풍도 아니고, 그냥 비가 쏟아지는 tropical storm 도 아닌, 얼음 폭풍을 이곳에 온 이후로 해마다 한번씩은 보게된다. 말 그대로 얼음이 쏟아지는 날씨로 우박은 아니고, "적당히" 추운날 비가 얼면서 얼음이 쏟아져 그대로 쌓여 얼음 코팅을 이루거나, 아예 비로 내리는데 표면에 닿는 순간 얼어붙어 코팅이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가장 강력한 ice strom 은 2007년 12월에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 사진들은 아래와 같이.. 참혹한 풍경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낳는다. 문제는 작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이 아이스스톰의 무서운 점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쓰러지듯.. 더보기
죽음이 생동하는 곳 2. 사실. 소위 설명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게 친절한 소개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저 생각의 흐름대로 글쓰기에 익숙한 내게 구구절절한 설명은 참 거추장스럽다. 그저 이 정도만.. 옐로스톤은 1년중 반 정도만 여행객들의 일반적인 접근을 허용하는 국립공원인 만큼 한 여름에도 상당히 쌀쌀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가는 길 곳곳엔 언제든지 차단 가능한 바리케이드가 있고, 보통은 10월에서 4월까지 이 바리케이드가 바빠진다고 한다. 우리는 와이오밍 주를 통해서 접근했으나, 서부 사람들은 몬태나주 혹은 아이다호주를 통해 접근하곤한다. 우리가 거점으로 삼고 숙식을 했던 웨스트옐로스톤이라는 작은 마을은 몬태나 주에 속하고 여러가지 기념품점과 "중국식당" 을 비롯한 그닥 맛도 가격도 만족스럽지 못한 식당.. 더보기
쌩한날..buffalo. snow. 쌩하게 추워지면. 또 그곳이 생각난다. 버팔로. 뉴욕. 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던 그곳의 겨울. 똑딱이 카메라 시절의 섬뜩한 색감. sheridan을 타고 마실가던..크리스마스날 이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