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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거꾸로 가기. Upstate New York


처음 버팔로에 도착하고, 학기 시작전 준비할 요량으로 등록했던 두달 어학연수를 이틀째에 곧바로 취소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과도한 숙제, 자꾸 이것저것 시키고 말하게하는 수업.. 에 대한 부적응이 가져다준 두달간의 환상적인 휴가였다.

그래서 미국생활, 그 유목스러움이 시작된 것 같다. 시작을 유목으로 해서.
지도를 펼쳐들고 제일 먼저 궁금했던 곳. Upstate New York 이라고 불리는 지역이었다.
온지 얼마되었다고 벌써 고속도로 지루해하고, 작은 국도 따라 구비구비 돌아볼 수 있는 지역을 찾다보니 중간중간 길쭉한 호수들이 뻗어있는 그 곳이 궁금했던게다.

뉴욕주가 생각보다 넓어서 (버팔로에서 뉴욕까지 7시간이 넘게 걸리니 꽤 넓다..) 보통 세파트로 나뉘어서 불려지는데, 버팔로쪽 서부 뉴욕은 Western New York, 그리고 뉴욕시 메트로 지역을 지나 북쪽으로는 Upstate New York 이라 불린다. 근데 또 편의적으로 뉴욕시 말고는 다 Upstate 라 부르기도 한다. 뉴욕시가 가장 아래 오른쪽에 박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처음 다녔던 그곳, 작년에 다시 다녀왔다. 이번에는 반대로다가. 몬트리올을 마지막으로 캐나다를 마치고 돌아오는길 버팔로에 오랜만에 한번 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돌아들어갔다.
 

                                        Lake Placid 의 다운타운. 작은 마을. 이곳을 보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또 나서겠다는 평창이 생각났다. 에효. 정말..유치 못한거 
                                        다행으로 생각할 날이 오리라.  

몬트리올에서 뉴욕주로 들어서면 거대한 Adirondack 숲이 나타난다. 예전에 동계올림픽도 했다는 지역인데, 뭐 올림픽의 화려함을 기대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숲, 호수가 광활하게 펼쳐져있는 곳 중간중간 고즈넉한 동부의 마을들이 나타난다. 그런 마을들중 Lake Placid 라는 곳이 좀 크고 그래서 주변의 시설에서 올림픽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런 전통이 있어서인지, 언젠가 김연아가 나오는 경기를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그곳의 아이스링크에서 하는 경기였다.

사실 둘다 너무나 피곤했던 일정으로 이 광활한 숲을 제대로 탐사하지는 못했고, 사실상 통과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그 통과에도 한나절이 훨씬 더 걸렸지만 말이다. 게다가 안개비도 추적추적 내리던 날, 사실 그 숲은 음습함이 대단했다.

예전에 버팔로의 우리과 친구들 중에 이쪽 숲의 네이티브들 언어와 문화 연구하는 애들이 있어서 종종 곰발바닥 등을 전리품 마냥 들고오던 기억이 나서, 이번엔 혹시나..했지만 역시 난 곰하고는 인연이 없는 듯 하다.  (사냥이 허용되는 시기는 정해져있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것 같다. 환경에 대한 부분은 판단의 근거를 삼을만한 조사가 없었으니 할말이 없다. 다만 육안상으로 숲은 매우 넓고 건강해보이니 알아서들 잘 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렇게 숲을 돌아돌아 내려와, 이런저런 기억이 남아있던 시라큐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좋아라 여러번을 방문했던 Finger Lakes 지역으로 내려갔다. 해빙기 거대한 빙하들이 쓸고 지나가면서 할퀸 자국인 기룸한 이 Finger Lakes 들은 그러한 생성의 역사가 만들어낸 자연 사면과 호수가 어우러져 한가롭고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사면에 사람의 풍경을 만들어 조화된다.

                                             카유가... 꽤 깊은듯, 아니면 꽤 찬듯 짙은 푸른빛의 호수
                                             ... 나중에 다시 보면 참 쓸만한 사진들이 없다.


코넬 대학교는 그 중 Cayuga Lake 사면에 자리잡고 있는데, 버팔로쪽에서 가다보면 반대편 사면에서 보이는 그 모습이 중세 고성과 같은 매력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지난번 여행은 반대로 갔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없었다. 

미국에서 대학 캠퍼스 구경은 사실 좋은 볼거리이면서 또 어쩌면 지루한 반복이기도 하다. 나름 학교의 특색에 맞게 꾸며진 캠퍼스 구경은 어떤 동네를 방문할때 그 동네의 가장 두드러진 볼거리가 되는 것이다. 반면 학교는 어쩌면 인위적 느낌의 건축양식 전시장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너무 샅샅이 보기보다는 그냥 쭉 훑어보는 편이다. 그리고 샅샅이 보기엔 너무들 넓다. 다들. 


코넬대학 반대 사면쪽에 자리잡고 있는  Taughannock Falls (폭포가 한개일때도 s 를 붙이는 건가? 항상의문이다. 나이아가라야 두개니까 s 를 붙인다지만.. 여긴 분명 하나던데.. 아는분 지도 부탁) 수량에 따라 폭포 느낌이 다르다. 이번에 본 느낌은 하트모양이다.


카유가 호수를 따라 다시 북쪽으로 오르면서 슬슬 버팔로쪽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그 곳에 살면서도 한번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Finger Lakes 지역 와인을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그냥 아무 Weinery 에 들렀다. 참 미안한 표현이다. 그냥 아무. 
사실이 그런걸 어쩌란 말인가 싶지만, 그래도 미안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아무런 계획없이 들어갔다. 2불인가를 내면 그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 있는데, 밤술과 낮술에 버티는 정도가 100만과 1 정도의 차이가 있는 나에게 있어서 낮의 테이스팅은 참 조심스럽다. 운전까지 해야하는데 말이다. 나쁘지않은 맛에 버팔로 신세질 집에 가져다줄 생각으로 와인을 구입해서 나왔다. 리슬링. 추운지방의 와인들이 리슬링이 많은데. 역시 다시 먹을 맛은 아니다. 너무 달다. 단 음식도 싫지만, 단 술은 최악이다. 

하늘하늘 치마입고 라라라를 부를것 같은 와이너리는 아니다. 허름한 뉴욕 시골의 와이너리.


사실, 코닝이라는 유리공장 유명한 도시도 들르고 싶었고, Watkins Glen 이란 작은 마을도 가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Letchworth 의 숲과 폭포도 보고 싶었지만, 여행을 죽자고 덤벼서 기억에도 나지 않을 만큼 슬라이드처럼 눈에 집어넣는게 참 박정희 스럽지 않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그닥 맞는 일정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렇게 휘리릭 버팔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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