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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날저런날

욕망의 상징자본. 아울렛 몰

어제는 아울렛몰에 다녀왔다. 이곳 시카고 근처에는 세개정도의 아울렛 몰이있다. 그중 하나 가장최근에 생긴 오로라의 몰에 다녀왔다. 딱히 살 것은 없었지만 리안양의 두번째 여름 미시간호수에 몸이라도 담그게 해줄 요량으로 수영복을 구입했다. 

미국에 온 이후로 아울렛이라는 곳에 꽤나 가본 것 같다. 사실 정가에 세일도 없이 물건을 사본 기억이 거의 없는 나에게 당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울렛에서 조차도 세일이 추가로 안붙어있으면 비싸게 느껴지는건, 아마도 또 그 가격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원래 애초의 책정가격은 참 와닿지 않는다.

이곳 아울렛 몰에도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가 몇몇 들어와있다. 그리고 때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그만큼 비싸지도 않고 그렇지만 꽤나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먹어주는"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이곳은 헤어진 이산가족을 우연히 만나 분단의 아픔도 나눌 수 있을만큼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뉴저지의 Woodbury 아울렛


미국에 와서 느낀건, 계급의 차이가 굉장히 분명하다는 것과 동시에, 상층과 하층계급이 비슷한 것을 "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도 요즘에는 점점 계급의 소비분화가 뚜렷해져서, 백화점과 할인마트의 극명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처럼 완벽하게 분화되어있는 것 같지는않다. 아직 1000원 샵에서 생필품을 모두 해결하는 경우를 보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할인마트가 그렇게 말도안되는 불량품 전시장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미국의 소비는, 모두가 비슷한 것을 해볼 수 는 있되, "까보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월마트가 그렇고, 소외된 동네에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는 각종 저가 식료품 점과 1달러 샵들을 보면 그렇다. (미국의 1달러샵은 아쉬운대로 한가족 생활하는데 불편함 없는 음식까지 구비되어있다. 물론 이들의 식습관에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못한다.)

이렇듯 식료품점 혹은 공산품 마켓들이 모든 것을 구비하고 저렴하게 존재하는 것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게끔" 된 생활구조에 따라가기 위한 최소한의 공급처가 되는 것이다. 

반면, 아울렛이라는 곳, 즉 생필품이 아닌 물건들의 유사한 소비를 가능케 해주는 곳은  "좋아보이는 상징들을" 전시하는 곳인듯 하다. 몇년산 제품인지/라인이 어떤건지 (뭐 같은 브랜드도 라인이 여러가지라 아는 사람은 안댄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딱 보면 알 수도 있고, 관심 없는 사람들도 열심히 "까보면" 알 수 있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일단 밖에 나가면 그래도 "먹어주는" 제품들을 비싸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곳. 그 곳에서 사람들은 "좋아보이는 것" 의 소유자가 된다. 
그리고 그 좋아보이는 것의 더 많은 확보를 위해 발딛고 있는 구조에 충성을 서약하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참 야박하다 항상. 사실 품질도 좋고, 사실 디자인도 더 예쁘고, 사실 좋은게 많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그 디자인이 좋아보이는 것도 그게 좋아보이게끔 만든 사회가 구조화 한거야" 라고 얘기하면 사람들에게 "그럼 닥치고 넌 숨만 쉬삼" 이란 말을 듣기 십상일 것이다. 객관적으로 좋고 예쁜 것은 없을지라도, 그게 구조이든 무엇이든 좋으면 좋은거니 그것을 갖고 구조화된 욕망의 소비라고 몰아붙이는 건 심한 경직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이런 글들이 딱히 보이는 대안이 없다. 쓰면서도 이거 왜 쓰지 싶을때가 있는데, 간혹 대안을 요구하면 좀 난감해지기도 한다. 뭐 사람들을 어려서부터 욕망억제프로그램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둥의 파쇼적인 대안들이 아닌한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사회와의 교통을 보장한 상태에서 어떤 대안이 나온다는 것은 넌센스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딛고 있는 이 구조에 대해서 계속 조금씩 떠들어 주는게, 어쩌면 그 옛날 18세기의 살롱에서 사람들이 전제왕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다 폭발한 상황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바램의 발로일지도 모르겠다. 

아고, 글이 아주 산으로 간다. 여튼 아울렛이라는 곳에 다녀와서 그런걸 느꼈다고 그냥 주절거려본 것이다. 

어제는 리안양의 여름맞이와 더불어, 밖에 내놓아 떨이를 하고 있는 같이사시는 분과 내가 입을 상의 4벌을 24불에 구입했다.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다 합쳐서 얼추 200 불은 훌쩍넘는 옷이었다. 어디서 200불 흉내낼 일은 없으니 24불어치 열심히 입자.    

UEFA final 이 열리는 신성한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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