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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산타모니카의 공간재활용


몇달전 서부를 다녀오면서 들르게된 산타모니카의 Bergamot Station 에 대해 얘기해볼까한다.

사실, 그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한 방문자로서의 이해의 범위와 감상의 깊이가 충분할리 만무하지만, 몇몇 재활용 공간의 방문 경험을 살려 그저 가볍게 이야기해본다. (게다가 우리는 대부분의 갤러리가 쉬는 날인 월요일에 들러 겉 모습만 충분히 감상하고 왔으니 더더욱이 부족하다).

예전 산타모니카와 로스앤젤레스를 운행하던 트롤리의 정비창과 같은 곳인 이 곳은 몇번의 용도 변경을 거치면서 여러가지 공장의 역할을 하다가 산타모니카 지자체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 예술가들, 갤러리 오너 등등의 공동 노력으로 재활용 공간 아트 센터 (gallery complex) 가 되었다고 한다.



토론토의 401 Richmond 와 같이 다운타운에서 접근성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산타모니카 비치에서도 많이 떨어져있고, 사람들이 좋아라 하는 쇼핑 블럭으로 부터도 한참 떨어져있다. 주변에는 창고들이 늘어서있고 해서 도무지 그 앞에까지 가지 않는 한 존재에 대한 감지도 쉽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년간 60만명이 찾는다고 하면, 독특함 (queer 스러움)에 맹렬한 부류의 대중들은 대단히 열정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곳은 토론토의 Distillery 처럼 상업과 예술이 어우러져서 "바자 Bazaar"의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라기 보다는, 공방들의 집합체이자, 예술가들의 격리된 공동체라는 느낌이 더 강한 곳이었다.

대중들과의 소통보다는, 예술의 생산 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통을 하고자 하는 몇가지 공간적 노력들이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Santa Monica Museum of Art 가 이곳에 입주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역전시키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분주하게 미술재료들을 싣고 나르는 차들, 그리고 심드렁하게 사람들을 부러 외면하는 갤러리의 작가, 혹은 직원들.
이러한 것들이 이 공간을 조금은 격리된 섬과 같은 분위기로 이끄는 듯 하다.


어린이들의 작은 작품들이 모여 새로운 작품으로 창조되었다. 벽장식..


공간 자체가 gallery complex 이다보니 주로 전시공간 대여가 주 사업이 되는 듯 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곳 프로그램중에 "Writer's boot camp" 라는 것이 있다. boot camp 는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극기훈련 같은건데, 속성 집중과정.. 같은 종류의 교육에 종종 붙이곤 하는 이름이다. 그 이름이 흥미롭다는 것이 아니라, gallery complex 를 표방하고 있는 예술 공간에서 주요 프로그램으로 작가 훈련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자와 이미지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서 더욱 밀접한 연계가 되어진다. 디지털 시대에서 이미지가 없는 문자는 우리가 흔히 "짤방없이 글올리는 행위" 와 같이 받아들여지는데, 이는 쉽게 이야기 하여 만져질 수 없는 공허함을 전달하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또한 반대로 문자가 없는 이미지는 최근 몇십년을 강타해온 의미와 이미지의 단절이라는 극단적 포스트 모던에 대한 실천적 반성을 방기하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과도한 이미지화는 이야기의 전개만 존재할뿐, 이야기의 소통은 무시되어진다. 문자를 이미지를 구체화 시킴으로써 생각을 제공하고 해석을 가능케 한다. 반면 이미지는 문자가 전달하지 못하는 두터운 묘사 (thick description) 을 구현함으로써 문화의 정수를 표현한다. 

이것이 문자와 이미지의 공존 필요성의 이유이다. 

약간 벗어나긴 했지만, 이 곳 Bergamot 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모든 학문 체계가 분류되고 분절화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Santa Monica Museum of Art 바로 옆에는 이 문자와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종이 가게가 자리잡고 있고, 그 자리 안에 한지를 비롯한 곳곳의 문화가 담긴 종이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도 참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은게 아쉬운 대목이고, 편하게 시간을 즐기면서 공간을 느끼기에도 그리 친절하게 배치된 곳은 아니었다. 그런면에서 공간의 정체성의 문제가 상당히 자폐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그리고 도시 속에 묻어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로 격리된 주변 환경 역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벤..츠다.. 재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