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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

Cafe Cubana. 를 보며 잡념.


털사 체리스트릿 (15번가) 한 가운데라고 할 수 있을 위치에, Cafe Cubana 라는 커피집이 자리잡고있다.

아침겸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전날 들렀던 동네 커피 가게는 문을 닫았고, 얼핏 샌드위치 같은 것을 파는 델리 같이 느껴져서 지나쳤던 이 꾸바나.. 카페에 들러 커피를 들고 나왔다.


                                            머리가 아득해질정도로 뜨겁던 날. 우린 모두 오클라호마 오븐구이 -.-


뭐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고,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그저 간단한 몇가지 질문만을 할 수 있었다. 커피는 중남미 곳곳에서 (과테말라,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등) 사온 그늘에서 기른 유기농 공정무역 상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여느 쿠바 관련 가게들과 다름없이 이 가게도 쿠바의 유명한 시거들을 팔고 있었는데, 이 가게 사장이 직접 사들여 오는 것이라고 한다.

일하는 사람의 말로는 사장이 "very responsible" 한 사람으로 공정무역, 유기농 등등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는 responsible 이라는 말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다. 요즘 "사회적 책임" 이라는 개념의 기업 운영에 관한 여러 글이 나오고 광고도 나오는 것 같은데, 과연 이 책임이라는 것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라는 생각을 해볼때 회의적이다.


                                           쿠바를 바라보는 미국인은 세가지 종류정도로 나눌 수 있다. 북한마냥
                                           악당으로 여기는 수구꼴통들, 무조건 Romanticize 해버리는 자기가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Angela Davis 와 같은 쿠바에서
                                           대안체제의 모습을 찾는 사람들.




자꾸 회의적이다라는 말을 반복하면, 결국 그냥 그럼 무기력하게 살자는 거냐.. 라고 따질 수도 있긴 하지만,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의존은 결국 두가지 갈래로 귀착되는 경향이 있기때문에 이죽거려 보는 것이다. 즉, 기업, 비즈니스의 이미지 마케팅에 활용도구로 전락하는 최악의 경우가 있고, 자선사업과 같은 봉사활동 개념으로 전락하는 차악 혹은 차선의 경우로 귀착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특히나 자유주의/self-reliance (자기의 일은 스스로하자는 개념) 에 철저히 기반되어있는 나라이다보니, 이러한 대안적인 활동 역시도 개인의 책임과 개인의 만족의 수준에서 진행되고, 그것에 대한 공론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작업에는 상당히 소홀한 듯 하다.


                                           미국에서 쿠바의 시가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게바라의 티셔츠
                                           와 함께 그저.. 히트 상품이 되어가는건 아닌지.



이런 동네가게 같은 경우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로망으로 삼고 있는 "돈 걱정 안하고 조용하게 음악 깔아놓고 책보면서 간간히 오는 손님하고 가볍게 인사할 수 있는" 가게에 부합되기 때문에, 더더욱이 금전적 여유가 있는 상층계급의 "Liberal" 한 삶의 충실한 일부분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가게는 더더욱이 "책임"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기 어려워보인다.

사실 이렇게 동네가게들을 들여다 보면서, 인류학에서 백여년을 끌어온 도대체 무엇이 문화인가에 대한 논쟁아닌 논쟁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떤 한 단위의 전체적인 패턴인지, 삶의 방식인지, 어떤 독립된 체계의 전체성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등등등.
하지만, 결국 그람시가 분석했던 문화. 즉 자본의 헤게모니가 형성해낸 "상식 common sense" 가 유포되어있는 그 상태. 이 상태가 문화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된다.

동네가게. 각각의 동네들의 독특한 특징들을 보여줄 수도 있고, 나름의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보여줄 수 있지만. 결국은 이 고도화된 자본주의 국가의 시장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상식의 범위들을 절절하게 보여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너무 폄하했나.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계속 좀 더 들여다 볼까 한다.


     털사의 간지남. 카페꾸바나 앞에 앉아있던 쿠바출신 아저씨. 우리에게 "웨아유쁘롬? 짜이나? 베뜨남?... 아.. 꼬레" 라고 하던 말많던 양반. 우리동네 Norman 에는 "폭풍간지남" 동양 할아버지 노숙자가 있는데 사진엔 담을 수 없었지만, 발가락으로도 충분히 구음백골조정도는 날려줄 수 있는 간지를 풍기며 길을 걸어다니신다. 이 털사의 쿠바 간지남은.. 상당한 내공을 보이는 듯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말이 심하게 너무 많아 어떤 수식어도 줄 수 없이 그냥 간지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