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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

털사 Tulsa 의 동네 가게들..


Memorial Day Weekend 라고 부르는 연휴가 지나갔다. 근대의 국가는 전쟁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현충일도 그 중 하나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며 국가의 소중함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년에 한번 맞는 예방접종처럼 불순한 사상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여의치 않았는지 미국에서의 메모리얼데이는 일종의 "시즌시작"의 역할을 한다. 즉 아이들의 방학과 맞물려서 여행 시작, 성수기 시작 시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플로리다 북쪽 비치들은 이번 석유 유출에 피해가 없다며 방송광고까지 하면서 사람들 유치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메모리얼데이. 같이 사시는 분 몸이 점점 커지는 통에 멀리는 갈 엄두를 못내고, 다시 근처 털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한국에서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털사가 어쩌면 오클라호마를 대표하는 도시가 아닌가 싶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사실 연방청사 폭탄테러 사건으로 유명해진게 섭섭하지만 사실이고, 역사적으로나 여러가지로 털사가 더 유명한 도시인 듯 하다. 지금이야 교통 여건상 오클라호마 시티가 더 큰 규모를 갖고 있지만, 석유 개발 전성기의 털사는 대단했다 한다. 그 대단함은 다운타운 남쪽으로 펼쳐진 저택들만이 확인해 준다. 그리고 이제 하나 남은 정유소와 몇몇 시추공들.. 

알라스카 주지사였던 공화당 부통령후보 사라 페일린의 유명한 구호 중에 "Drill Baby! Drill!" 이 있다. 자신들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알라스카 환경 보호를 위한 석유 시추 반대에 대한 대응으로 계속 더 파야지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이명박과 비슷한 "그냥 파봤어" 계통의 사고체계를 갖고 있는 집단의 여자가 떠오른다. 오클라호마 황량한 땅에 검은 액체가 솟구칠때 카우보이 모자 쓰고 콧구멍 쑤시면서 폭발사고가 빈번한 위험한 작업에 노동자들을 밀어넣으며 외쳤을 "Driil Baby! Drill" 을 여전히 외쳐대는 그들이다. (출처 
www.glenpoolonline.com)



그런 털사에 몇번을 다녀왔지만, 이번엔 나름 여행이니 처음으로 1박 2일을 했고. 미술관 박물관 다 제끼고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도시는 일종의 구역처럼 나뉘어 있다. 그 구역은 인종적으로 나눌 수도 있고, 계급적으로 나눌 수도 있다. 또한 "분위기"로 나눌 수도 있다. 사실 분위기라는 형이상학적인 용어를 쓰기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차이가 있는데, 대형 플라자 안의 온갖 대기업 상점들로 가득찬 곳과 동네가게들이 죽 늘어선 구역과 같이 뚜렷한 구별이다. 물론 동네가게 구역은 기껏해야 몇개 안되고, 있어봤자 규모도 적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미미하다.

딜레마적인 것은, 계속 언급해왔지만, 대규모 체인은 소득이 낮은 지역 혹은 중산층들의 문화적 재난구역이라 할 수 있는 교외 Suburb 에 더욱 집중적으로 놓여있고, 동네 가게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15번가의 La Donna's 식품점. 치즈전문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치즈가 빼곡하다. 보드에는 치즈 가격과 산지가 적혀있다.

동네 가게가 있는 구역은 세가지 정도의 패턴이 있는데, 첫째로 대학가, 둘째 부자동네, 그리고 셋째, 다운타운과 부자동네 사이 한때 공동화 되었던 오래된 동네 이정도로 정리 될 수 있을 듯 하다. 대규모 주립대학이 없는 털사의 경우 뒤의 두가지 패턴의 동네 가게들을 갖고 있다. 다운타운과 부자동네 사이 15번가는 사람들 사이에선 Cherry Street 이라 불리는데, 젊은 사람들이 시간을 떼울 수 있는 작은 가게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Peoria 거리와 30번가 주변으로, Brookside 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는데, 이 쪽에도 동네 가게들이 밀집되어있으나 동네가게라기 보다는 오히려, 일반인이 범접하기 쉽지 않은 럭셔리 샵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15번가 dingbats 라는 이름의 베이비 용품 샵에 있던 아기 자동차들

체인과 독립샵 (independent shop) 의 차이로 동네가게를 나누게 되면 발생하는게 바로 이런 럭셔리 샵에 대한 성격이다. 물론 그 동네의 문화를 충분히 반영하는 화려함 (저택들이 밀집 되어있는 곳의 샵이니 그 문화의 모습이겠지)을 갖고 있으니 문화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소비와 유통, 그리고 지역성 Locality 의 대안적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하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런 샵은 그저 럭셔리 샵일 뿐이다. 실제로 이 곳의 소비자들은 굳이 여기가 아니라도, 다른 곳에서 똑같이 살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같이 동행하시는 분이 이런 샵을 보면서 이런말을 했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사기위해서 발품을 팔다가 대박을 건지는 기쁨을 모르는 이들은 몇천불짜리 가구를 그냥 휙휙 사다가 지루해질거야" ... 뭐..홀몸도 아닌 몸으로 발품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위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하튼 대체로 이렇게 동네가게들이 밀집된 거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게들은 한정되어있다. 커피집, 몇몇 식당 (주로 지중해 음식 혹은 샐러드 등등), 악세서리집, 서점, 유기농 마켓, 보세 옷 가게, 베이비 용품 가게.. 정도. 아마도 이런 품목이 대안적인 상품들에 대한 욕구가 가장 많기 때문일 수도 있고, 취향이 다양한 품목이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물론 생산자의 다양성이 가장 중요할테고 말이다. 


                                            연휴라 문이 닫혀있던 작은 커피, 빵을 팔던 가게 앞.


사실 미국 거리를 가장 획일화 시키는 자동차 관련된 가게들이 대안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불가능 할테니 말이다. 생산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다양한 취향을 즐기겠다고 하는 것은 오타쿠가 되어 어딘가에 짱박히겠다는 지극히 자위적인 행동일 것이다. 결국 그런면에서 또 생산의 중요성이 제기되고야 만다.

생산. 소비. 유통. 의제설정. 지역성에 대한 소통. 결국 지난 2-300 년 동안 서구 인문학의 다른 한편의 지속적 고민은 동네가게에서도 심히 복잡하게 적용된다.

이제 몇몇 가게를 소개해 볼까 한다.